1993년에 발매된 DOOM은 FPS 게임의 시초적 타이틀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게임기뿐만 아니라 자동차 네비게이션이나 의료용 초음파 스캐너, 레고 블록, 프린터 등 다양한 장소에 이식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런 DOOM을 대장균으로 플레이하는 연구가 발표되었습니다.

“Can it run Doom?” (Gut bacteria edition) | Ars Technica
https://arstechnica.com/gaming/2024/01/can-it-run-doom-gut-bacteria-edition/

“Can it run Doom?” (Gut bacteria edition)

Simulated 1-bit, 32x48 cellular grid runs at a blazing 0.00003 fps.

arstechnica.com


메사추세츠 공과대학의 대학원생인 로렌 람란 씨는 합성생물학의 연구과제로서 이번 'DOOM' 이식을 시도했다는 것.

Running Doom on cells? - YouTube
https://www.youtube.com/watch?v=8DnoOOgYxck


현대 문명은 디스플레이와 함께 진보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하나의 화면에 많은 정보를 동적으로 표시하는 기술은 지금도 계속 진화하고 있습니다.

기술의 진보에 의해 최근에는 다양한 기기에 디스플레이가 탑재되게 되었고 이에 DOOM의 플레이를 다양한 전자기기의 디스플레이에 표시시키자는 'DOOM 챌린지'가 퍼졌습니다. 챌린지에는 DOOM의 플레이 무비를 표시하거나 실제로 DOOM의 프로그램을 실행해 플레이하는 것까지 다양합니다.

이 DOOM 챌린지에서 처음으로 유명해진 사례는 2006년에 열린 닌텐도 DS에의 비공식 이식이었습니다.


그 후 게임기가 아닌 전자기기에서의 DOOM 챌린지가 인터넷상에서 차례차례로 발표되었습니다.


2023년 7월에는 신경세포(뉴런)를 배양하여 컴퓨터에 연결하고 DOOM을 플레이시킨다는 시도가 화제가 되었습니다.

Growing Rat Neurons... To Play Video Games? - YouTube
https://www.youtube.com/watch?v=bEXefdbQDjw


그러나 람란 씨는 2023년 7월에 발표된 연구에 대해 “이것은 뉴런을 컨트롤러로 하여 DOOM을 플레이하고 있는 것으로, DOOM 챌린지와는 다르다”며 자신이 연구하고 있는 합성생물학을 응용하여 세포를 이용한 DOOM 챌린지를 달성하는 프로젝트에 착수했습니다.

프로젝트명은 '상호작용적 디지털 미디어를 표시하는 디스플레이상의 1비트 픽셀을 대장균으로 인코딩한다'입니다. 디스플레이에서는 픽셀이라고 하는 최소 단위로 화면을 분해한 다음 픽셀마다 색이나 명도를 설정해 화상을 표시합니다. 람란 씨는 픽셀 단위로 흰색(0)인지 검정(1)인지를 설정하는 흑백 디스플레이를 상정하고 이 픽셀 표시에 대장균의 발광을 사용한다는 아이디어를 채용했습니다.


디스플레이에 이용되는 대장균의 플라스미드(환상 DNA)에는 녹색 형광 단백질(GFP)을 발현하는 유전자가 포함되어 있으며, 이 GFP가 발현하면 대장균이 형광을 발합니다. 동시에 이 플라스미드에는 GFP의 발현을 조절하는 단백질(luxR)의 발현 유전자가 통합되어 있습니다.


전사 위치를 보면 luxR 발현 유전자가 GFP 발현 유전자보다 하류에 있으며, luxR이 발현하면 GFP 발현 유전자 바로 위에 있는 Plux라는 프로모터 부위에 작용하여 GFP의 발현이 억제됩니다. 그러나 AHL(아실화 호모세린 락톤)이라는 분자를 투입하면 luxR이 AHT와 화합하고 Plux에 작용하지 않게 되어 결과적으로 GFP가 발현해 대장균이 형광을 발하게 됩니다. 이 단백질 발현과 AHL 분자를 사용한 유전자 회로로 대장균의 발광을 제어하고 디스플레이에 응용한다는 것입니다.

대장균은 가로 48×세로 32개의 구멍이 있는 배양용 플레이트에서 배양되고 구멍마다 제어됩니다. 즉, 이 대장균 디스플레이의 해상도는 48×32 픽셀. 람란 씨는 유전자의 발현속도나 배지 내의 AHL 분자 농도 등을 계산해 Python으로 프로그래밍한 다음 DOOM의 플레이 화면을 48×32픽셀로 압축해 표시하는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발광의 유무가 픽셀의 표시에 직결되기 때문에 콘트라스트 정보는 없고 게임을 플레이하기 위한 정보는 거의 읽을 수 없는 상태입니다. 그래도 DOOM의 화면을 대장균으로 표시한다는 챌린지에는 일단 성공했습니다.

다만 람란 씨에 의하면 형광을 발한 대장균이 발광하지 않게 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8.3시간이므로 대장균 디스플레이의 리프레시 레이트를 계산하면 무려 약 0.00003Hz가 되어 디스플레이 해상도 이전에 쾌적한 플레이가 우선 불가능합니다. 람란 씨는 "만일 이 시스템에서 DOOM을 끝까지 플레이한다면 약 600년이 필요하다"고 계산했습니다.

Posted by 말총머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