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Kyle Adams. https://www.flickr.com/photos/kyleandkelly/


국내 홈네트워크 환경은 10Gbps의 회선 플랜의 등장과 Wi-Fi 6에 대응한 무선 LAN 라우터의 증가 등 최근 몇 년 동안 고속화 · 고품질화가 진행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5년에 출시되어 현재까지 판매되고 있는 '무선 LAN 라우터'가 있다고 해외 뉴스사이트 Tadium의 편집자 어니 스미스 씨가 언급했습니다.

WRT54G History : The Router That Accidentally Went Open Source
https://tedium.co/2021/01/13/linksys-wrt54g-router-history/

WRT54G History: The Router That Accidentally Went Open Source

How Linksys’ most famous router, the WRT54G, tripped into legendary status because of an undocumented feature that slipped through during a merger.

tedium.co


지금은 가전 양판점 등에서 부담없이 사용할 수 있는 라우터이지만, 1990년대 당시에는 매우 고가의 장비여서 일반인의 손이 닿지 않는 존재였습니다. 또한 1990년대 후반에 일반 가정에 보급되기 시작한 광대역 회선은 고속통신이 가능한 반면, 기존의 전화 회선보다 이용요금이 고액이었습니다.

이러한 네트워크를 둘러싼 당시 상황에서 소규모 사업자나 가정에서 '하나의 회선으로 여러 대의 컴퓨터를 연결하고 싶다'는 수요를 재빨리 감지한 업체는 1988년에 설립된 Linksys였습니다. Linksys는 네트워크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쉽게 설정이 가능한 라우터를 199달러(당시 환율로 약 20만 원)라는 저렴한 가격에 출시하여 가정용과 네트워크 기기 시장을 석권. 그 후 Linksys는 2003년에 네트워크 장비업체인 Cisco에 5억 달러(약 6000억 원)에 인수되었습니다.


Linksys 제품의 무선 LAN 라우터 'WRT54G'시리즈는 당시의 무선 LAN 라우터의 대명사격인 존재로, 시리즈의 모델 중 하나인 'WRT54GL'는 현재 판매되고 있습니다. WRT54G 시리즈가 이 정도까지 호흡이 긴 제품이 된 이유는 Linksys 인수의 혼란 속에서 간과된 '문서화되지 않은 기능'이 요인이었다는 것. 그것은 '펌웨어가 Linux 기반이다'라는 점이었습니다.

Linux 라이센스는 'GNU GPL'이기 때문에 Linux를 이용하는 WRT54G의 펌웨어도 소스코드의 공개가 필요합니다. Linux 커널 개발자 앤드류 미크라스 씨는 WRT54G의 펌웨어가 Linux 기반이라는 사실을 Linksys 직원으로부터 확인하고 소스코드의 공개를 요청했지만 응답은 없었다고 합니다. 미크라스 씨는 스스로 WRT54G의 펌웨어를 분석하여 소스코드를 Linux 메일링리스트에 공개. 펌웨어 소스코드가 공개된 것은 Cisco가 Linksys를 인수한 해였습니다.


Cisco가 Linksys 인수시에 이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던 이유는, 펌웨어 공급망에 'Linux 기반'이라는 정보가 누락되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펌웨어는 원래 Linksys에 칩을 공급했던 Broadcom이 해외업체에 아웃소싱하여 개발한 것이었지만, 개발을 위탁한 Broadcom도 칩을 제공받은 Linksys도 펌웨어에 Linux가 이용되고 있었는지 몰랐다는 것. M&A 전문가도 "Cisco가 이 문제를 사전에 감지하는 것은 매우 어려웠다"고 지적합니다.

이 문제가 해외 언론에 의해 보도되자 Cisco는 공식적으로 소스코드를 공개하였고 그 결과 WRT54G는 사람들에 의해 SSH 서버나 VPN과 같은 기능들이 속속 추가되어 갔다는 것. 소스코드를 공개한 후 WRT54G의 펌웨어를 모두 자사 코드로 고쳐 쓴 Cisco이었지만, 커뮤니티의 반발을 받아 펌웨어가 Linux 기반인 라우터 'WRT54GL을 발매. 이 WRT54GL는 오랫동안 개발자들에게 사랑받았고 OpenWrt 및 Tomato 등의 네트워크 기기용 오픈소스 OS 개발로 이어져갔습니다.


WRT54GL이 발매된 것은 2005년의 일입니다만, 2016년 시점에서도 Linksys에 연간 수십억 원의 이익을 안기고 있었다고 합니다. 2013년에 Belkin의 산하가 된 Linksys가 현재까지 WRT54GL의 판매를 계속하는 이유에 대해 Linksys의 프로덕트 매니저인 Vince La Duca 씨는 "사람들이 WRT54GL을 계속해서 구입하기 때문"이라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현재 WRT54GL은 Amazon에서 세금을 포함해 33만 원가량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Posted by 말총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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