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호킹은 젊은 시절에 ALS(근위축성 측삭 경화증)를 발병해 휠체어 생활을 강요당했다. 발병 후 수년 만에 호흡근 마비를 일으킨다는 난치병으로 여명도 길지 않다고 생각되었지만 호킹은 76세까지 살았다.
이 천재 물리학자가 어려서 죽을 것이라던 예측은 연구논문이 나올 때마다 이 사람은 불사신인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호킹은 “휠체어의 뉴턴”으로서 방대한 연구성과나 일반 과학서를 계속 발표했다.
그와는 정반대의 철학을 가지면서 그와 친밀한 물리학자 로저 펜로즈와 비교해 보자.
펜로즈는 호킹의 박사논문의 사독자로 이른바 스승에 해당하고 공동으로 논문도 집필하다. 두 사람은 모두 물리학의 거성이지만 과학에 대한 자세는 정반대다.
펜로즈는 아인슈타인 등과 같은 계보에 속해 '실재론'이라는 생각으로 물리학을 하고 있다. 실재론은 물리학의 수식 뒤에 물체가 실재한다는 굉장히 당연한 생각이다. 물리학자나 철학자가 아닌 일반인들도 '소박실재론'으로 인생을 보내고 있다. 눈앞의 테이블이나 고양이가 실제로는 실재하지 않는 것이라고 의심하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호킹은 보어 등과 같은 계보에 속해 ‘실증론’이라는 생각의 물리학자다. 실증론이란 물리학의 수식은 실험이나 관측과 대조하기 위한 계산도구에 지나지 않고 그 배후에 물체가 있는지 어떤지는 관여하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수식을 컴퓨터 프로그램에 넣어 수치를 낸다. 그 수치가 실험이나 관측의 수치와 맞는지가 중요하다. 수식 뒤에 물체가 있는지 여부는 아무래도 좋다. 실재를 말해도 의미가 없다. 말하자면 완전히 개방된 세계관인 것이다.
◆ 사제가 예언한 우주 시작의 '심'
철학은 다르지만, 수식을 이용해 예언을 하는 점은 같다. 그래서 호킹과 펜로즈는 함께 논문을 썼다. 원래는 펜로즈가 '블랙홀의 한가운데에는 심이 있다'는 특이점 정리를 증명했고 호킹이 그것을 우주에 응용해 공동으로 '우주의 시작에도 심이 있다'라는 논문을 쓴 것이다.
특이점이라는 것은 크기가 0인데 에너지가 유한한 점이다. 크기가 0이므로 에너지밀도는 무한대가 된다(유한 에너지 ÷ 0 = 무한대). 물리학은 뉴턴방정식이든 아인슈타인 방정식이든 무한대가 나오면 계산이 불가능해진다. 그래서 특이점은 '물리학의 끝'을 의미한다.
그런 곤란한 '심'이 블랙홀의 한가운데뿐만 아니라 우주의 시작에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 독자적 우주론을 전개한 호킹
실재론의 펜로즈와 실증론의 호킹의 우주론에 있어서의 공동작업은 여기에서 끝났다. 이 논문 이후 두 사람은 극단적으로 다른 우주론을 전개하기 시작한다.
호킹은 '우주의 시작에도 '심'이 있었다'는 설을 담백하게 버리고 '양자론을 가미하면 우주의 시작은 없어지고 시간도 허수가 된다'는 '허시간의 우주론'을 제창했다. 시간이 허수가 되면 보통의 시계에서는 시간을 헤아릴 수 없게 되는 것을 넘어 시간의 경과라는 개념조차 없어져 버린다. 그래서 우주의 시작도 없어진다.
심=특이점이라는 것은 시공에 있어서는 뾰족한 점과 같은 이미지다. 파라솔을 펼치기 전에는 끝이 뾰족하지만 펼치면 구면의 일부가 되어 버려 전체가 둥글게 되기 때문에 심=특이점이 사라진다는 느낌이다.
거의 의미가 없는 우주론이지만 호킹은 실증론자이고 우리는 아무래도 수식에서 '의미'를 찾아내려고 한다.
호킹에게는 우주론에 양자론을 적용해 보자 시간이 허수가 되었다는 이야기로 허시간의 우주의 '흔적'이 현재 우주에 남아 있으면 관측할 수 있고 남아 있지 않으면 관측할 수 없다는 것에 불과하다.
덧붙여 호킹은 아인슈타인의 중력방정식에 조금 양자역학을 가미해 계산을 한 양자중력이론의 선구자라고 할 수 있다.
우주의 시작뿐만 아니라 블랙홀의 경계선(사건의 지평선)도 양자론 식으로 고찰해 '블랙홀은 완전히 검은 것이 아니라 조금 방사하고 있으며 실은 그레이홀이었다'는 계산도 했다. 이것이 유명한 호킹방사이며 블랙홀이 결국 에너지를 방사하고 증발한다는 놀라운 예상으로 이어진다.
◆ 빛에 집착한 펜로즈
실재론자인 펜로즈는 눈에 보이는 '빛'에 집착했고 또다시 기발한 우주론을 발표했다.
우주의 시작에는 질량이 있는 물체가 없었고 질량이 0인 빛만 있었다. 현재 우주는 가속도적으로 팽창하고 있어 물질이 점점 희박해지고 결국 블랙홀 투성이가 되지만 그 블랙홀도 호킹방사에 의해 증발한다. 그런 미래에 존재하는 것은 빛뿐이다. 그리고 물체가 없으면 공간에서 길이를 측정할 수 없다. 빛만으로는 각도밖에 측정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면 우주의 시작의 작은 우주와 팽창하여 거대해진 우주는 같은 '크기'라고 해도 상관없다. 왜냐하면 원래 빛만으로 채워진 우주에는 길이라는 개념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펜로즈는 우주의 시작과 끝이 '같다'는 우주론에 도달했고 빅뱅 직후의 우주를 관측하면 '이전 우주의 흔적'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했다. 이전 우주의 지적생명체가 다음 우주에 어떠한 메시지를 남기진 않았겠냐는 꿈이 있는 가설에는 크게 마음이 움직인다.
과연 우주의 시작은 둥글고 허시간이었는지, 아니면 처음과 끝이 '빛'으로 충만하는 윤회전생하는 우주였는가...
호킹과 펜로즈는 실증론과 실재론이라는 극단에 위치하는 철학을 가지고 있지만 두 사람이 도달한 곳은 모두 SF적이고 순수수학과 인간의 상상이 아름답게 융합된 꿈의 세계이다.
출처 참조 번역
- Wikipedia
- 「宇宙の始まり」を消し去ったホーキングの「すごい世界観」
https://gendai.media/articles/-/55317?pag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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