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사람이나 소중한 동료가 사망했을 때 슬프고 괴로운 기분이 들지만, 야생동물이나 애완동물에서도 동료의 죽음을 의식하는 것 같은 반응을 보이는 사례는 적지 않습니다. 동물의 이러한 반응이 과연 동료의 죽음을 애도하는 행동인지에 대해 과학계 미디어의 Live Science가 정리했습니다.
Do animals grieve? | Live Science
https://www.livescience.com/do-animals-grieve
동물이 친척이나 동료의 죽음으로 깊은 슬픔이나 정신적으로 침체된다는 생각은 오랫동안 비과학적인 문제로 무시되어 왔지만, 동물연구자로부터 다양한 사례가 보고되었습니다. 1972년에 탄자니아의 열대우림 깊숙이 사는 후로라고 불리던 연로한 침팬지가 죽은 후 새끼 후린트가 갑자기 무기력해지고 식욕도 없어져 무리로부터 고립되어 갔다고 보고되었습니다. 당시 동물행동학자인 제인 구달 씨는 선데이 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모체에 대한 깊은 애정을 품고 있던 후린트는 모체의 사후 거의 식사를 멈추었고 3주 정도 경과할 무렵에는 체중이 3분의 2 가까이 감소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리고 후로의 죽음으로부터 1개월 후, 후린트도 병약해진 채로 죽었습니다.
또 잠비아에서 관찰된 여성의 침팬지는 죽은 새끼의 치아를 잔디로 닦는 행동을 계속했다고 합니다. 2017년에 Scientific Reports에 게재된 연구에서는 이 행위가 거의 장례식과 같은 의식이라고 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침팬지 이외에도 비슷한 '동료의 죽음을 슬퍼하는 행동'이 보고되었습니다. 영국 브리스톨 대학의 야생생물학자인 조이 뮐러 씨는 2010년 사바나의 모체 기린이 사망한 새끼 기린 근처에 자리를 잡고 17마리의 무리가 2일간 쓰러진 아이 기린을 건드리는 모습을 보고했습니다. 새끼 기린이 하이에나에게 먹혀 버린 후에도 모체 기린은 먹이를 먹지 않고 죽은 새끼를 지켜보았다고 합니다.
또 2018년에는 암컷 범고래가 죽어 버린 새끼 범고래를 17일간도 계속 밀며 약 1600킬로미터를 수영했다는 뉴스가 화제가 되었습니다. 워싱턴주에 본사를 둔 고래연구센터의 블로그 게시물에 따르면 범고래가 이 행위를 자발적으로 중단했는지 새끼 범고래의 시신이 사라졌기 때문에 그만둘 수밖에 없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새끼 범고래의 사망 17일 후에 모체 범고래가 활발히 단독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고래연구센터는 “그녀의 슬픔의 여행은 끝났다”고 표현했습니다.
동료의 죽음에 대해 인상적인 행동을 나타내는 경우는 코끼리에서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아프리카코끼리는 죽은 친족의 턱뼈를 가지고 다니며 머리를 내리고 코를 땅에 붙인 채 거의 움직이지 않고 사체 근처에 모여 장시간 침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 아시아코끼리는 시신을 가지나 나무, 잎 등을 모아 매장하는 행동을 보였으며, 코끼리연구가 산지타 포카렐 씨는 “시체 주위를 장식하거나 돌아다니는 행동은 종교문화에서 행해지는 장례의식을 생각나게 한다"고 말했습니다.
야생동물의 무리뿐만 아니라 길들인 동물도 동료의 죽음에 대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탈리아의 수의사 겸 연구자인 스테파니아 우체드 씨는 상태가 나빠져 식사를 거부하는 개를 진찰한 결과, 혈액이나 심장에는 전혀 문제가 없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이에 우체드 씨는 “1주일 전에 그 형제가 사망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 경험에서 우체드 씨는 동료의 죽음과 관련된 개를 조사하기 시작했습니다. 또 밀라노대학 수의학부의 페데리카 피로네 씨가 실시한 연구에서는 애완동물로서 팔리고 있는 개가 동료를 잃었을 때에 어떤 반응을 나타냈는지를 설문조사로 조사한 결과에서는 주인의 신경을 끌거나 빈번히 울었고 놀이 빈도나 식사량이 줄거나 수면시간이 길어지는 등의 부정적인 반응이 많이 나왔습니다.
포카렐 씨는 동료의 죽음을 애도하는 코끼리의 행동을 보고 “인간으로서 코끼리의 행동에는 어떤 종류의 슬픔이 분명하게 보인다"며 "동물이 어떤 상황을 경험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결정적인 과학적 증거가 부족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슬픔이라고 표현해 버리면 동물을 의인화해 버리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연구의 어려움을 포카렐 씨는 토로했습니다.
동물의 죽음에 대한 반응은 슬픔이 아니며 호기심과 상실로 인한 혼란, 환경변화로 인한 스트레스, 공포 등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메리카 까마귀는 죽은 까마귀 주위에 모여 폭력적으로 공격하거나 짝짓기를 시도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부 연구자는 이 경험으로부터 자신들의 취약성에 대해 배울 기회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슬픔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는 인간에서도 정확하게 이해되는 것은 아닙니다. 'How Animals Grieve(동물은 어떻게 슬퍼하는지)'라는 책의 저자인 인류학자인 바바라 J. 킹은 "인간의 슬픔은 본질적인 기능의 변화, 즉 식사, 수면, 사교라는 평범한 패턴에서 벗어남으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죽음으로 인해 이러한 패턴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슬픔의 그물이 퍼집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동물의 인지와 감정에 관한 연구는 크게 부족하고, 결국 동물과 의사소통할 수 없는 이상 결정적으로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동물이 슬퍼하는 것처럼 행동한다는 것을 알면 동물을 보다 소중히 보호해 나가야겠다는 감정과 활동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포카렐 씨는 기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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