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사업가였던 제프리 엡스타인은 정재계에서 넓은 교우관계를 쌓아올린 인물이었지만, 2019년에 소녀 성추행과 성매매 혐의로 체포되어 구금 중에 자살했습니다. 엡스타인은 과학연구에 많은 자금 제공을 한 자선 사업가로서의 면모도 가지고 있으며, 이 사건이 과학연구의 문제점'을 부각했다고 하버드대학에서 과학의 역사를 연구하는 나오미 오레스케스 교수가 지적하고 있습니다.

Jeffrey Epstein 's Harvard Connections Show How Money Can Distort Research - Scientific Americ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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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ffrey Epstein’s Harvard Connections Show How Money Can Distort Research

Letting the rich pay for science that interests them is a bad idea—even if they aren’t convicted sex offenders

www.scientificamerican.com


엡스타인은 2006년에도 아동 매춘 혐의로 기소되었고, 2008년에는 금고 18개월이라는 실형이 선고되었습니다. 이 때 죄를 인정하고 성범죄자로 등록되는 대신, 낮에 외출하여 일하고 밤에 감옥에 돌아오는 사법 거래가 이루어졌었고, 13개월 만에 출소하였습니다.

그리고 2019년 엡스타인이 다시 체포되었을 때, 엡스타인과 교류가 있던 사람들에게도 의심의 눈초리가 향한 것 외에도 엡스타인이 자금 제공을 한 과학계에도 비난이 모였습니다. 엡스타인에서 많은 기부를 받은 매사추세츠 공과대학이나 하버드대학은 대응에 쫓겨, MIT미디어랩의 소장을 맡고 있던 이토 조이 씨가 사임하는 사태로 발전했습니다.


하버드대학은 엡스타인으로부터 20만 달러 (약 2억 4천만 원)을 기부를 받은 후, 적절한 학업 자격이 부족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객원 연구원'으로 임명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마찬가지로 많은 기부를 받은 진화역학프로그램(PED)은 특히 엡스타인과 밀접한 관계에 있었는데, 2008년의 사건에서 성범죄자로 등록된 후 2010년~2018년의 기간에 40회 이상 PED를 방문하고 있었던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기간에 엡스타인은 캠퍼스에 자신의 사무실을 가지고 시간 외에 건물에 들어갈 수 있는 키 카드와 암호도 가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오레스케스 씨가 지적하는 문제점은 성범죄자가 돈을 지불하면 아카데믹적 지위를 얻을 수 있다는 점뿐만이 아닙니다. 엡스타인의 건이 부각한 문제는 "과학 연구를 지원하는 재력을 가진 개인이 '자신의 흥미'라는 이유만으로, 추진하는 연구 분야를 선택할 수 있을 때, 과학 연구의 무결성이 손상되어 버립니다"라고 오레스케스 씨는 지적합니다.


대학 등에 소속된 과학자들은 연구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으며, 풍부한 자금을 제공해주는 자선 사업은 매우 고마운 존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엡스타인은 PED의 이사인 마틴 노박 교수에게 650만 달러(약 70억 원), 유전학자 조지 처치 교수에 200만 달러(약 24억 원)의 기부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두 교수는 예산 확보에 고심하지 않아도 되는 윤택한 연구비를 가지고 있는 인물들로, "엡스타인은 이미 플래시를 받는 분야가 또다시 플래시를 받는 것을 지원했다"고 오레스케스 씨는 지적합니다. 또한 엡스타인은 우생학적인 사상을 가지고 있었던 것도 알려져 있어, 이러한 사상을 가진 인물이 유전학 분야에 자금 제공을 하고 있었다는 점은 문제라고 주장합니다.

"인간 유전학은 윤리적이고 섬세하며 지적인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영역이며, 과학적으로 엄격성이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행동에 대한 비유전적인 반론이 이루어지는 공정한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 보장되어야 합니다"라고 오레스케스 씨는 말합니다. 과학자들은 '엡스타인의 자금 지원에 의해 연구의 수준이 떨어진 것은 없었다'고 주장할지도 모르지만, 자금 제공자의 이익에 의해 연구 내용이 좌우되는 케이스는 과학계에서도 드문 일이 아닙니다.

실제로 엡스타인이 연구 내용을 좌우하고 있었는지 아닌지와 관계없이 '성범죄자가 미국의 주요 연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은 과학자들을 괴롭히는 것이라고 오레스케스 씨는 지적합니다. 엡스타인이 학문적 능력은 없었으나 흥미로운 연구 분야를 찾아, 유망 여부를 조사하여 자금 지원으로 연구를 촉진시키는 것은 충분히 가능했습니다.


또한, 오레스케스 씨는 엡스타인의 인맥에 대해서도 문제로 삼고 있습니다. 엡스타인이 체포된 후, 몇 명의 연구자가 감옥을 방문하였고, 변호인은 하버드대학교의 앨런 더쇼비츠 씨가 맡았습니다.

더쇼비츠 씨가 변호인을 맡은 것 자체는, 단순히 변호사로서의 직무를 완수했을 뿐입니다만, 변호활동을 하는 기간에, 더쇼비츠 씨는 하버드 대학 심리학 교수 스티븐 핑커 씨에게 조언을 구했다고 합니다. 엡스타인으로부터 자금을 받은 적이 없던 핑커 씨는 '친구와 동료에 대한 호의'로 더쇼비츠 씨에게 조언했지만, 이 점은 엡스타인이 과학계와 높은 수준의 커넥션을 가지고 있었으며, 간접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지원하는 친구가 다수 있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엡스타인이 범죄자였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가 밝혀졌습니다만, 어떤 오점을 안고 있는 인물이 대학이나 연구기관에 자금을 제공하고 있는 경우는 발각된 사례 이외에도 다수 있을 것입니다 . 오레스케스 씨는 대학의 연구 자금이 개인의 이익에 사용되지 않게 하고, 연구자의 윤리가 자금 공급자에 의해 편향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증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Posted by 말총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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