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부 태평양에 서식하는 은연어는 민물인 강에서 태어나 1~2년을 강에서 보낸 후 바다로 내려가 산란하는 시기가 되면 다시 강으로 돌아오는 강해(降海)형 물고기입니다. 미국 워싱턴주에서 발생한 '비가 내리면 하천의 은연어가 떼죽음해버린다'는 수수께끼를 조사한 연구자들이 약 20년 만에 그 원인을 규명했습니다.
A ubiquitous tire rubber–derived chemical induces acute mortality in coho salmon | Science
https://science.sciencemag.org/content/early/2020/12/09/science.abd6951
Tire-related chemical largely responsible for adult coho salmon deaths in urban streams | WSU Insider | Washington State University
https://news.wsu.edu/2020/12/03/tire-related-chemical-largely-responsible-adult-coho-salmon-deaths-urban-streams/
Scientists solve mystery of mass coho salmon deaths. The killer? A chemical from car tires
https://phys.org/news/2020-12-scientists-mystery-mass-coho-salmon.html
How Scientists Tracked Down a Mass Killer (of Salmon) - The New York Times
https://www.nytimes.com/2020/12/03/climate/salmon-kill-washington.html
강해형 물고기인 은연어는 산란시기에 하천으로 돌아옵니다만, 하구의 축소와 댐 건설 등 환경의 변화로 인해 워싱턴주 시애틀에서는 개체 수가 감소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2000년경에 시애틀의 당국자들이 퓨젓사운드(Puget Sound)만의 하천을 복구하는 프로젝트에 수백만 달러(수억 원)를 지출하여 식물을 부활시켜 강바닥의 진흙을 줄인 결과, 간신히 은연어가 시애틀의 하천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이 지역에 비만 내리면 하천의 은연어의 헤엄치는 모습이 이상해졌고 절반 이상이 죽어버렸습니다. 일부 하천은 무려 90%의 은연어가 떼죽음했다고 합니다. 이 불가사의한 은연어의 떼죽음은 태평양 연안 각지에서 보고되고 있었으며, 생물학자들은 그 원인을 밝혀 내기 위한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사진 왼쪽이 연구팀의 일원인 워싱턴대학의 환경공학자인 Edward Kolodziej 교수, 오른쪽이 워싱턴 주립대학 Jenifer McIntyre 조교수. McIntyre 씨는 이처럼 많은 물고기가 죽는 사태는 놀라웠다며 "조사 초기 몇 년 동안 우리는 떼죽음의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 치열하게 논의했다"고 말합니다.
조사팀은 은연어가 죽은 도시 하천에서 수중의 금속 농도와 화학물질, 수온을 조사했지만 뚜렷한 단서는 얻을 수 없었던 것. 또한 은연어가 죽은 상황은 산소결핍처럼 보였지만, 수중의 산소 농도가 낮지도 않았고 감염이나 농약이 원인이라는 설도 부정되었습니다.
몇 년 동안 폐사가 일어난 강과 일어나지 않은 하천을 비교하여 '비가 온 후 떼죽음이 발생한다'는 상황을 고려한 연구팀은 '도로의 물질이 빗물에 의해 하천에 흘러들어 간 것이 원인이 아닐까'라는 가설을 세웠습니다. 이 가설을 확인하기 위해 연구팀은 자동차에 사용되는 중금속이나 오일 등 도로에 확산될 수 있는 화학물질을 포함한 물에 은연어를 노출시키는 테스트를 실시. 그런데 이 물질이 고농도로 함유된 물에 노출되어도 은연어는 죽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연구팀은 실험적인 환경이 아닌 실제 도로에서 빗물을 채취하여 동일한 실험을 실시했습니다. 그러자 은연어는 강에서 보이던 떼죽음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며 죽었습니다. McIntyre 씨는 이 물이 오염이 심한 장소가 아닌 일반도로에서 채취된 것이라는 점에서, 사람들이 주목하지 않은 화학물질이 은연어를 죽게하는 원인이라고 추정했습니다.
이 결과를 받아 Kolodziej 씨가 실험에 사용한 빗물과 은연어가 죽은 하천에서 채취된 샘플의 화학성분을 비교한 결과, '자동차 타이어' 입자에 대한 화학물질이 동일하다는 점이 밝혀졌습니다. 연구팀이 재단한 타이어를 담근 물에서 은연어를 테스트했는데, 역시 은연어는 떼죽음 때와 비슷한 양상으로 죽었습니다.
그 후 연구팀은 타이어에 포함된 1,500 ~ 2,800가지의 화학물질을 다양한 계통으로 분류하고 은연어에 독성을 조사했습니다. 이 방법으로 연구팀은 약 200가지의 화학물질까지 후보를 좁혔고, 최종적으로 문제의 화학물질을 구성하는 원자까지 확인했습니다.
논문의 대표저자인 Zhenyu Tian 씨는 "우리는 유독하다고 추정되는 화학물질이 18개의 탄소, 22개의 수소, 2개의 질소, 2개의 산소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무엇인지를 규명하려고 시도했습니다"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타이어에 사용되는 물질에 이러한 화학물질이 포함되어 있지 않았고, 어떻게 타이어를 담근 용액에 이 물질이 존재하는지 몰랐다고 합니다.
한동안 고민하던 Tian 씨였지만, 어느 날 '문제의 물질은 처음부터 이 상태에서 타이어에 첨가된 것이 아니라, 첨가된 후 화학반응을 일으켜 이 상태가 된 것은 아닐까'라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합니다. 반응하기 쉬운 산소와 수소를 제외하고 탄소와 질소가 일치하는 화학물질을 탐색한 결과, 타이어의 열화방지제로 쓰이는 '6PPD'라는 물질에 도달했습니다.
조사 결과, 6PPD가 도로에 마찰되면 오존과 반응하여 '6PPD-quinone'이라는 문제의 화학물질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6PPD-quinone을 포함한 물에 은연어를 노출시키자 은연어는 산소결핍과 유사한 증상으로 죽는다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6PPD-quinone이 은연어를 죽이는 메커니즘은 알 수 없었지만, McIntyre 씨는 은연어의 혈관계에 6PPD-quinone이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합니다.
연구팀은 타이어 업계와 논의하여 제조업체가 대체 열화방지제를 찾도록 요구하는 것 외에 다른 물고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타이어는 경기장의 인조잔디로 재활용되는 경우가 많아서 인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연구팀은 우려하고 있습니다. Kolodziej 씨는 인간이 그 전모를 파악할 수 없는 속도로 새로운 화학물질을 생산하고 있으며,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화학물질 중에는 인식되지 않았을 뿐 유해한 것도 있다고 지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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