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는 지능이 높고 체색을 바꾸거나 손발을 재생시켜 외적으로부터 몸을 지키는 생존전략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문어의 암컷은 알을 낳은 후에 단식하고 쇠약해져 알이 부화할 무렵에는 죽어버리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자기방위 의식이 높은 문어 암컷이 알을 낳은 후에 죽어버리는 현상을 시카고대학, 워싱턴대학, 일리노이대학 시카고교 연구팀이 규명해냈습니다.
Steroid hormones of the octopus self-destruct system: Current Biology
https://doi.org/10.1016/j.cub.2022.04.043
Changes in cholesterol production lead to tra | EurekAlert!
https://www.eurekalert.org/news-releases/952033
연구팀에 따르면 알을 낳은 후에 쇠약사하는 문어의 모성행동은 '시신경선'이라 불리는 포유류의 뇌하수체를 닮은 기관에 원인이 있는데 모체 문어의 시신경선이 콜레스테롤의 대사에 큰 변화를 가져오고 그 결과 생성되는 스테로이드 호르몬에 큰 변화가 생긴다는 것.
1977년에 브란다이스대학의 심리학자인 제롬 워덴스키 씨는 카리브해에서 채취한 문어의 모체로부터 시신경선을 제거하면 알을 지키는 행위를 포기하고 섭식행동을 재개해 몇 개월간 살아가는 모습을 관찰했습니다. 이것을 근거로 모체 문어는 시신경선으로부터 분비되는 호르몬의 영향으로 먹이를 포식하지 않게 되어 쇠약사해져 버린다고 보았지만 그 호르몬이 어떤 것이고 어떻게 작용하는지는 불분명했습니다.
이번 논문의 필두저자인 워싱턴대학 생물학부 양원 조교수는 대학원생 시절에 시카고대학에서 신경생물학을 연구하는 클리프톤 럭스데일 교수와 함께 Octopus bimaculoides의 RNA transcriptome의 서열을 해독했습니다. RNA transcriptome sequence를 분석하면 시신경선의 모든 유전자 전사산물을 밝혀내 세포 내에서의 유전자의 발현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문어가 단식을 시작하면 콜레스테롤의 대사나 스테로이드의 생산을 실시하는 유전자의 활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판명되었습니다. 그리고 양원 조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생식 후 문어의 체내에서 스테로이드 호르몬의 증가에 관여하는 3개의 경로를 발견했습니다. 그 중 하나는 프로게스테론과 프레그네놀론이라는 임신과 관련된 두 개의 스테로이드 호르몬을 생성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모태 호르몬과 담즙산의 중간성분을 생성하는 경로, 나머지 하나는 콜레스테롤의 전구체인 7-데하이드로콜레스테롤을 생성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알을 낳은 암컷 문어의 시신경선이 크게 변화하여 프로게스테론과 프레그네놀론, 7-데하이드로콜레스테롤 등이 평소보다 많이 생성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인간의 유전병 중 하나인 스미스-렘리-오피츠 증후군(Smith Lemli Opitz Syndrome)은 7-데히드로콜레스테롤을 콜레스테롤로 환원하는 효소의 유전자가 변이하여 콜레스테롤 생산의 저하로 발생하는 증후군입니다. 이 스미스-렘리-오피츠 증후군에서 보이는 증상에는 '자상행위를 반복한다'가 있는데 알을 낳은 암컷 문어의 행동을 상기시킨다고 연구팀은 말합니다.
사람을 포함한 다른 동물에서도 콜레스테롤의 대사가 변화하면 수명과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연구팀은 콜레스테롤 생산과정의 저해가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로 알을 낳은 암컷 문어의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양원 조교수는 “콜레스테롤이 다이어트 관점에서부터 신체의 다양한 신호전달 시스템에서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콜레스테롤은 세포막의 유연성부터 스트레스 호르몬의 생성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에 관여하고 있는데 이 라이프사이클 과정에도 관여한다는 사실은 큰 놀라움"이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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