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줄기에 구멍을 뚫어 먹이가 되는 벌레를 찾거나 둥지를 만드는 딱따구리는 1초에 최대 25회라는 초고속으로 나무를 쪼는데, 딱따구리의 뇌가 받는 중력가속도는 최대 1200G로 인간이 뇌진탕을 일으키는 100G를 훨씬 웃돌고 있습니다. 그런 딱따구리의 뇌가 어떻게 무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Woodpeckers minimize cranial absorption of shocks: Current Biology
https://doi.org/10.1016/j.cub.2022.05.052
Study sheds light on woodpecker brain theory - RMOToday.com
https://www.rmotoday.com/beyond-local/study-sheds-light-on-woodpecker-brain-theory-5616865
Why woodpeckers don’t mind pecking with their faces | Deccan Herald
https://www.deccanherald.com/science-and-environment/why-woodpeckers-don-t-mind-pecking-with-their-faces-1127160.html
고속으로 나무를 쪼는 딱따구리가 두통에 시달리지 않는 원리는 오랫동안 과학자들의 의문이었습니다. 과거에는 캘리포니아대학 데이비스교의 안과의사인 아이반 R. 슈와브 교수가 “근육과 두개골에 있는 스폰지 모양의 조직으로 충격을 흡수하고 있기 때문에 딱따구리는 두통에 시달리지 않는다”라는 논문을 발표해 2006년도 이그노벨상 조류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이그노벨상은 그다지 명예로운 상이 아니라고 취급되지만 딱따구리가 충격을 흡수하는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는 학설은 최근까지 정설로서 받아져 왔습니다. 그러나 이 학설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 벨기에 앤트워프대학의 생물학자인 Sam Van Wassenbergh 씨가 나섰습니다. 그는 "예를 들어 쇼크업소버가 내장된 망치가 있다면 엉망일 것"이라며 만약 충격이 흡수된다면 딱따구리는 나무를 잘 쪼질 못할 것이라고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그래서 Van Wassenbergh 씨의 연구팀은 딱따구리과인 Black woodpecker, Pileated woodpecker, Great spotted woodpecker 각 2마리씩 합계 6마리를 사육하며 관찰해 나무를 쪼는 모습을 하이스피드 카메라로 촬영했습니다. 그리고 부리 2곳과 눈에 마커를 붙여 그 움직임을 추적하는 분석을 실시했습니다. 만약 통설처럼 두개골이나 부리의 뿌리에 있는 뼈로 충격을 흡수하고 있다면 나무에 부딪히는 부리가 움직임을 멈춘 후 조금 늦게 눈이 감속할 것입니다.
분석 결과에서 딱따구리의 부리와 눈은 동시에 감속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 사실은 딱따구리가 부리를 나무에 부딪칠 때 전혀 충격을 흡수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Van Wassenbergh 씨는 이 결과에 대해 “딱따구리가 나무에 주는 충격의 일부를 흡수한다면 귀중한 에너지가 낭비될 것입니다. 오히려 딱따구리는 충격 흡수를 최소화하기 위해 수백만 년 동안 진화를 이루었을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딱따구리가 나무를 쫄 때 충격을 흡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한 Van Wassenbergh 씨는 다음으로 딱따구리 머리의 컴퓨터 모델을 만들고 시뮬레이션 실험을 했습니다. 그 결과 두개골에서 충격을 흡수하면 부리로 나무에 구멍을 뚫는 능력이 저하된다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게다가 이 시뮬레이션은 나무가 쪼는 딱따구리의 뇌에 가해지는 압력이 뇌가 손상되는 수준보다 훨씬 낮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이것은 딱따구리의 뇌가 너무 작아 나무를 쪼는 정도의 충격으로는 데미지를 받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연구팀에 따르면 딱따구리가 뇌진탕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평소의 2배의 속도로 나무를 쪼거나 나무보다 4배 딱딱한 물체를 쪼아야 한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Van Wassenbergh 씨는 “딱따구리는 인간보다 훨씬 작아 급격한 감속을 견딜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딱따구리 머리는 충격흡수용 헬멧이 아니라 딱딱한 해머로서 기능해 쪼는 힘을 최대한 높일 가능성이 높다며 생물학적 증거가 없이 딱따구리를 참고해 충격흡수재와 헬멧 등의 도구 개발자들은 향후 디자인의 재검토를 강요당할 것이라는 견해를 나타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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