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에 발생한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사고는 인근 국가에 방사성물질을 흩뿌려 1000km 이상 떨어진 독일에 서식하는 멧돼지의 몸도 방사능 오염에 노출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멧돼지의 몸에 축적된 방사성물질을 조사한 새로운 연구에서는 멧돼지의 방사능오염은 체르노빌원자력발전소 사고뿐만 아니라 1960년대의 핵무기 실험도 원인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The wild boar paradox - finally solved | EurekAlert!
https://www.eurekalert.org/news-releases/1000093
Wild Pigs in Germany Are Mysteriously Radioactive, And We Finally Know Why : ScienceAlert
https://www.sciencealert.com/wild-pigs-in-germany-are-mysteriously-radioactive-and-we-finally-know-why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사고는 중앙 유럽의 숲 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쳤고 현재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접하지 않는 독일에서도 야생 멧돼지의 몸에 많은 방사성물질이 축적되어 있습니다. 독일의 작센주에서는 야생의 멧돼지를 포획했을 경우, 방사선 검사로 식육에 적합한지를 조사하는 것이 의무이고 2012년에는 검사를 받은 752마리 중 297마리로부터 기준치 초과의 방사능이 감지되었습니다.
그런데 독일의 멧돼지에서 여전히 고농도의 방사능이 검출되는 것에 대해서는 하나의 의문이 존재합니다.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사고에 의해 대량으로 방출된 방사성물질인 세슘137의 반감기는 약 30년이며 사고로부터 30년 이상이 경과한 시점에서 자연계에 존재하는 양은 반감되었을 것입니다. 또한 방사성물질이 빗물로 인해 씻겨지거나 미네랄과 결합하여 토양 깊숙이 침투하는 경우도 있어서 반감기를 거친 사슴을 포함한 대부분의 식품샘플은 방사능 오염이 저레벨로 나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멧돼지의 고기만 이전과 다르지 않은 농도로 방사능 오염이 존재하고 있으며, 이 현상은 멧돼지의 역설로 불리고 있다는 것. 방사선이 허용치를 넘은 멧돼지 고기는 식용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에 독일의 일부 지역에서는 멧돼지의 개체수가 사냥에 의해 줄어들기 어려워 농작물 피해도 문제가 되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독일의 하노버대학과 오스트리아의 비엔나 공과대학의 연구팀은 멧돼지의 몸에 포함된 방사성물질의 발생원을 특정함으로써 이 멧돼지의 역설을 풀어내려고 시도했습니다. 원자력발전소의 사고나 핵실험 등에서 방출되는 방사성물질의 동위체 비율은 각각 다르기 때문에 세슘137이나 그보다 반감기가 긴 세슘135 등의 비율을 측정하면 그 세슘이 어느 이벤트에서 유래한 것인지 특정할 수 있다는 것.
연구팀은 독일 바이에른주에서 2019~2021년에 포획된 멧돼지 샘플을 수집하고 고순도 감마선 검출기와 유도결합 플라즈마 질량분석을 이용하여 세슘 동위원소의 비율을 측정했습니다. 그 결과 분석한 멧돼지의 88%에서 방사성 세슘농도가 독일의 법정 하한을 넘었고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사고뿐만 아니라 1960년대의 핵무기 실험에 의해 방출된 세슘도 방사능 오염의 주요 원인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멧돼지 고기를 오염시킨 세슘의 발생원을 원그래프로 나타낸 것을 살펴보면 청색이 1986년에 발생한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사고, 백색이 1960년대의 핵무기 실험에서 유래한 세슘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사고에 유래하는 세슘이 많지만, 세슘의 12~68%가 핵무기 실험에서 유래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샘플의 약 4분의 1은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사고로 인한 오염이 없이 핵무기 실험에서 유래한 세슘만으로 방사능 오염의 법정 하한을 초과했다는 것입니다.
독일의 멧돼지가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사고에 더 오래된 핵무기 실험에서 유래한 세슘에도 오염되고 있는 원인은 멧돼지가 선호하는 트뤼프와 관계되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트뤼플은 지하에서 자라는 유형의 버섯으로 천천히 토양에 침투해 간 방사성물질은 시간차로 트러플을 오염시킵니다. 멧돼지는 이 트뤼플을 파먹기 때문에 1960년대에 행해진 핵무기 실험에서 유래한 세슘을 1980년~90년대가 되어 먹고,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사고에 유래하는 세슘을 최근에 먹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
비엔나 공과대학의 게오르크 슈타인하우저 교수는 “세슘이 토양 아래로 이동하는 속도는 매우 느리고 1년에 1mm 정도밖에 이동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깊이 20~40cm에 존재하는 트뤼프는 지금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사고로 방출된 세슘을 방출하고 있습니다. 한편 낡은 핵무기 실험에 의해 방출된 세슘은 얼마 전에 트뤼프까지 도달했습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즉,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사고 직후에 멧돼지 고기를 방사능에 오염시켰던 것은 실은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사고가 아니라 보다 오래된 핵무기 실험이 방출된 세슘이며, 최근 멧돼지를 오염하고 있는 세슘은 주로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사고의 유럐로, 이를 통해 멧돼지의 역설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슈타인하우저 씨는 “우리의 연구는 자연 생태계의 상호관계가 얼마나 복잡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측정이 충분히 정확하다면 진상파악이 가능하다는 점도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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