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국제 금융기관이 돈세탁(자금세탁)의 존재를 알면서도 방치하고 있었다는 것이 FinCEN 문서의 존재로부터 밝혀졌습니다. FinCEN 문서란 무엇이고 이번 한 건으로 무엇이 문제가 되고 있는지를, 국제 탐사보도 언론인협회(ICIJ)가 해설합니다.

FinCEN Files - ICIJ
https://www.icij.org/investigations/fincen-files/

FinCEN Files - ICIJ

An ICIJ investigation reveals the role of global banks in industrial-scale money laundering — and the bloodshed and suffering that flow in its wake.

www.icij.org


Global banks defy U.S. crackdowns by serving oligarchs, criminals and terrorists - ICIJ
https://www.icij.org/investigations/fincen-files/global-banks-defy-u-s-crackdowns-by-serving-oligarchs-criminals-and-terrorists/

Global banks defy U.S. crackdowns by serving oligarchs, criminals and terrorists - ICIJ

The FinCEN Files show trillions in tainted dollars flow freely through major banks, swamping a broken enforcement system.

www.icij.org


◆ FinCEN 문서란?
2020년 9월 21일, JP모건체이스, HSBC홀딩스, 스탠다드차타드은행 , 도이치은행 , 뉴욕멜론은행 등 주요 은행이 돈세탁을 인식하면서도 방치하고 있었다고 보도되었습니다. 이 사태는 미국 재무부의 금융범죄단속네트워크부국(FinCEN)에 금융기관이 제출한 의심행위 보고서(SAR)가 유출되어 밝혀졌기 때문에 유출 문서는 'FinCEN 문서'라고 불립니다.

돈세탁은, 규제 약물 거래와 사기, 불법 도박, 탈세, 위조지폐 등의 범죄 행위에서 발생한 금전을 범죄 거래와 무관한 은행에 넣어, 정당한 방법으로 얻은 자금처럼 보이게 하는 수법을 말합니다. 은행이 돈세탁에 이용되고 있다고 발각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고, 과거에 JP모건체이스, HSBC홀딩스, 스탠다드차타드은행, 도이치은행, 뉴욕멜론은행 이 다섯 은행은 당국으로부터 벌금이 부과되기도 했지만, 그 이후에도 돈세탁의 존재를 간과해 온 것이 이번 FinCEN 문서에서 밝혀졌다고 합니다.


FinCEN 문서는 먼저 해외 언론인 BuzzFeed News가 입수하여 국제 탐사보도 언론인협회(ICIJ)에서 공유되었고 88개국에 걸쳐 110개의 언론과 400여 명의 언론인에 의해 그 내용이 분석되었습니다.

FinCEN 문서에 포함된 2500개 이상의 파일을 분석한 결과, 1999년부터 2017년 사이에 금융기관에 의해 자금세탁 또는 범죄 행위의 가능성이 있다고 플래그가 붙은 거래가 2조 달러(약 2100조 원) 존재하는 것을 발견. 이 중 514억 달러가 JP모건체이스, 1.3조 달러가 도이치은행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보고에 나타나는 의심스러운 활동은 어디까지나 감시원의 우려를 나타낸 것이며, 확고한 증거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

또한 2조 달러라는 금액은 엄청난 것이지만, 이 금액은 세계에서 행해지는 돈세탁의 '물방울'이라고 ICIJ는 지적합니다. FinCEN 문서에 포함된 것은 1200만 이상 존재하는 '의심스러운 활동' 보고서 중 0.02%에 지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 돈세탁은 무엇이 문제인가?
돈세탁은 범죄 조직을 지원하는 자금으로 국제 경제의 불평등을 확대시키고 있습니다. 돈세탁에 의해 세탁된 돈은 많은 경우 조세 피난처에 설립된 페이퍼 컴퍼니에 보유되어, 일부 엘리트들이 법 집행기관이나 과세당국으로부터 벗어나 부정 자금을 축적하기 위한 방법이 되고 있다고 합니다. 조세 피난처 국가는 세율이 현저히 낮을 뿐 아니라 다른 나라의 법 집행기관 등에 대한 정보 제공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FinCEN 문서로 기소된 은행들은 소유자가 불명확한 계좌에 대해서도 송금을 하고 있었습니다. 문서에 포함된 보고의 20%는 조세 피난처로 유명한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계좌를 가진 고객에 대한 것이었다고 합니다.

유엔 마약범죄 사무소에 따르면 불법 자금 중 2.4조 달러(약 2520조 원)가 매년 돈세탁되고 있으며, 이는 세계에서 매년 만들어지는 상품 · 서비스의 2.7%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한편, 당국이 감지하는 돈세탁 규모는 세계에서 형성되는 오염된 돈의 1%에 지나지 않는다고도 지적되고 있습니다.


◆ FinCEN 문서로부터 무엇을 알았는가?
FinCEN 문서에 포함된 내용들은 일반적으로 국제 금융기관이 엄격하게 비밀로 하는 것들입니다. 이 문서가 유출됨으로써, 은행이 식별할 수 없는 익명의 인물의 계좌에서 현금을 맹목적으로 이동시키고 돈세탁 징후가 있어도 몇 년 동안 당국에 보고하지 않았던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또한 ICIJ가 16개월에 걸친 조사를 통해 대형 은행이 부패, 사기, 범죄 조직, 테러 관련 자금 이동에 있어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03년 이스라엘의 수도 예루살렘에서 7명이 사망하고 20명이 부상한 자폭 테러가 발생했습니다. 이 한 건은 자폭 테러에 재빨리 눈치챈 전직 경찰이자 무기 지도자인 Steven Averbac 씨가 테러를 저지하려고 시도하여 피해가 작아졌다고 합니다. 후에 Averbac 씨는 아랍은행이 자폭 테러를 일으킨 테러리스트 집단에 자금을 제공했다고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FinCEN 문서는 아랍은행보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이 거래에서 더 큰 이익을 얻고 있었을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2005년에 당국은 아랍은행의 돈세탁 관리에 결함이 있다는 이유로 아랍은행 송금을 제한했습니다.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이에 따라 아랍은행의 클라이언트가 미국의 시스템에 액세스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제공했다고 합니다.


2012년 뉴욕 법원은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이란 정부와 관계하며 10년 가까이에 걸쳐 2500억 달러(약 260조 원)을 비밀리에 송금하고 수십억 달러의 수수료를 받아 왔다" "이것에 의해 미국의 금융시스템은 테러리스트, 무기 딜러, 마약 조직, 부패에 취약하게 되었다"고 결론짓고 스탠다드차타드은행에 6억 7000만 달러(약 7000억 원)의 벌금을 부과했습니다. 그러나 FinCEN 문서에 따르면, 그 후 2013년 9월부터 2014년 9월 사이에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아랍은행 고객의 거래를 총 2055건을 처리했다고 합니다.

FinCEN 문서에 의하면, 판결 직후부터 2016년 2월까지 이루어진 아랍은행에 대한 거래는 1200만 달러에 달하며, 그 대부분은 '기부'나 '자선'이라는 명목으로 되어 있었던 점도 알려져 있습니다.

◆ 왜 은행은 부정한 거래를 방치한 것인가?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거래는 FinCEN 문서에 포함된 일례에 지나지 않고, 비슷한 활동은 얼마든지 존재합니다. 은행이 돈세탁이 의심되는데도 불구하고 송금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수수료에 있다고 합니다. 규모가 큰 거래의 수수료는 수억 달러에 달합니다.


거대한 은행의 경우, 시스템을 관리하거 부정한 현금 흐름이 있는지 확인하는 사람은, 본사에 대한 영향력이 없고 리소스가 부족한 과로 상태의 준법담당자라고 합니다. ICIJ는 "이러한 담당자가 거액의 배후 인물이 누구인지를 알기 위해서 기본적인 Google 검색으로 확인하는 경우도 많다"고 언급하며 스캔들 뉴스가 나올 때와 정부의 조사 대상과 되었을 때에만 SAR의 제출이 증가한다고 적고 있습니다.

ICIJ와 BuzzFeed가 HSBC의 전직 규정 준수 담당자와 인터뷰를 실시한 결과, 수십 명이 은행의 돈세탁 방지 프로그램의 효과에 의문을 제기했다고 합니다. 큰 거래의 배후에 있는 인물의 정보를 상대방 은행에 요구하여도 확인을 위한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미국 이외의 HSBC 지점은 요구 자체를 무시하는 일도 있었다고 합니다. 2019년에 열린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재판에서는, "불법 거래는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던 직원이 협박이나 괴롭힘을 받아 해고된 것이 드러났으며, FBI의 수사에 협력한 직원이 관리직 승진에서 영원히 제외된 사건도 존재합니다.


◆ 은행이 돈세탁에 가담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필요한 조치는?
미국 당국이 돈세탁 은행을 기소하는 경우는 드물고, 만약 재판에서 당국 측의 주장을 인정되더라도 돈세탁에 의해 은행이 얻은 막대한 돈의 일부가 벌금으로 부과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금융범죄 전문가인 John Cassara 씨는 은행에 부과되는 벌금액은 언뜻 보면 크지만 은행이 얻는 이익 전체에서 보면 일부에 불과하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벌금은 해명책임이 있는 인물로부터 지불되는 것이 아니고, 관계자로부터 지불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프랑스 은행인 BNP파리는 미국이 발동하고 있는 이란 등의 제재에 위반하여 송금을 한 혐의로 90억 달러의 벌금을 지불하게 되었지만, 주주가 중시하던 점은 '미국에서 달러의 송금을 하는 라이센스를 유지할 수 있는가'였기 때문에 벌금이 결정된 후 주가가 4%나 상승했습니다. 이 같이 당사자는 타격을 받지 않고 벌금을 지불하게 되는 것입니다.


경제학자이자 변호사이기도 한 제임스 S 헨리 씨는 지난 20년간 미국의 법 집행기관의 행동을 "전혀 규제가 없었던 시절에 비하면 은행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은행과 부정한 현금 흐름과의 관계를 바꾸기 위해서는 검찰의 의지와 국제적인 협조가 필요합니다"라고 말합니다.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문제의 책임이 있는 고위 임원을 벌금형이나 징역형 처하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Posted by 말총머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