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교회는 통치하에 있는 국가에서 간행된 책을 검열하여 신도에게 위험을 미치는 것으로 간주한 책을 발행금지 처분하였고 이를 '금서목록'이라는 목록에 정리했습니다. 이 금서목록이 당시의 의학계에 미친 영향에 대해 하버드대학 케네디스쿨 과학사학과 한나 마르크스 교수가 설명합니다.
Escaping the Index of Prohibited Books | Lapham 's Quarterly
https://www.laphamsquarterly.org/roundtable/escaping-index-prohibited-books
금서목록이 로마 가톨릭 교회에서 처음으로 제정된 것은 1559년으로, 종교재판을 중시하는 공포정치를 펼치던 교황 바오로 4세는 교회의 권위를 나타내기 위해 신도가 읽는 것을 금지하는 도서를 목록화한 가톨릭 교회 최초의 금서목록 'Pauline Index'를 공포했습니다. Pauline Index는 개신교 등의 이단자들이 저술한 책이 모두 금지되었을 뿐만 아니라 가톨릭 신자가 저술한 신앙을 위협하는 내용의 책이나 익명 작성자의 도서 및 번역본 성경도 금지했습니다.
이 가톨릭 교회의 조치에 대해 다양한 단체가 반대의 뜻을 나타냈는데, 특히 반발이 컸던 곳이 의학계였습니다. 당시 유럽의 의학계에서는 책을 통해 의학을 배우는 방법이 일반적이었는데, Pauline Index의 목록에는 동시대를 대표하는 의사 47명이 저술한 의학 서적이 모두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현존하는 서한 중에는 피렌체공의 전속 의사를 맡고 있던 안드레아 파스콰레가 Pauline Index의 목록에 대해 "이것은 지금 큰 불편을 낳고 있다. 30년, 40년에 걸쳐 적극적으로 공부하고 연구를 해온 모든 의사가 책을 빼앗겨 버렸다. 만약 목록의 제정에 의사와 철학자가 참여하고 있었다면 이런 식은 결코 아니었을 텐데"라고 말했던 부분도 남아 있습니다.
Pauline Index의 공포로부터 약 2개월 후에는 볼로냐대학의 지도자들이 '종교와는 무관하고 유용한 필수 의학 서적 목록'을 만들어 로마에서 파견된 대사에게 거듭 금서목록에서의 제외를 호소한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Pauline Index의 목록은 주로 도서의 발행 · 유통에 대한 조치이며, 금서로 제정되어 있어도 이단 심문관의 허가가 있다면 목록의 책을 읽는 것도 가능했습니다. 그러나 볼로네즈의 의사 율리시스 알드로 밴디가 자신의 소유 의학서를 읽기 위해 진행한 신청은, 남아있는 기록상 1566년과 1595년~1596년의 2회만 허용되었습니다. 알드로 밴디가 친구와 주고받은 서신에는 알드로 밴디가 소유하고 있던 의학 서적이 불에 탄 것에 관련된 대화가 기록되어 있어, 마르크스 교수는 "분서가 이루어진 것이 아닌가"라고 추측합니다.
1564년 교황 바오로 4세의 사후에 교황이 된 교황 비오 4세가 개정이라고도 할 수 있는 금서목록을 공포했고, 1571년에는 금서목록을 시대에 맞게 개정하는 전문위원회도 설치됩니다. 공식적으로 금서목록이 폐지된 것은, Pauline Index의 목록이 공포된 지 400년 이상 지난 1966년 6월 14일의 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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