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동물의 기억은 뇌의 신경세포가 결합하여 형성되는 시냅스에 저장되어 있다고 생각되어 왔는데, 최근에는 '기억은 시냅스가 아닌 RNA에 저장되어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연구결과도 보고되고 있습니다. 물리학자이자 과학계열의 블로그를 운영하는 Scott Locklin 씨가 이 가설을 정리하여 설명합니다.
RNA memory hypothesis | Locklin on science
https://scottlocklin.wordpress.com/2021/02/03/rna-memory-hypothesis/
'동물의 기억은 RNA에 저장되어 있다'는 아이디어는 20세기 중반부터 검토되고 있었다고 합니다. 동물의 기억에 대해 연구했던 미시간대학의 생물학자인 제임스 맥코넬 교수는 1950~1960년대에 플라나리아를 이용한 몇 가지 실험을 실시했습니다. '미로를 돌파하도록 훈련된 플라나리아를 다른 플라나리아에 포식시킨다'는 실험결과, 동족을 포식한 플라나리아가 미로를 기억하는 듯한 행동을 보였고, 이에 맥코넬 교수는 "플라나리아의 기억은 RNA를 통해 이식이 가능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불행히도 맥코넬 교수의 실험결과는 그다지 중요시되지 않았지만, 2018년의 무순류를 사용한 실험에서 'RNA를 다른 개체에 이식함으로써 기억의 이식이 가능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다시금 'RNA에 기억이 저장되어 있다'는 가설이 주목을 받았습니다. 실험을 실시한 UCLA의 데이비드 그란츠맨 교수는 기억이 시냅스에 저장되어 있다면 무순류를 대상으로 한 기억을 이식하는 실험이 성공할리가 없다고 말합니다.
RNA from Trained Aplysia Can Induce an Epigenetic Engram for Long-Term Sensitization in Untrained Aplysia | eNeuro
http://www.eneuro.org/content/early/2018/05/14/ENEURO.0038-18.2018
Scientists Transferred Memories From One Snail to Another. Someday, Humans Could, Too.
https://futurism.com/memory-snail-human-brain/
Scientists Sucked A Memory Out of a Snail and Stuck it in Another Snail
https://www.livescience.com/62559-snail-memory-rna-transfer.html
시냅스에 기억이 존재한다는 가설은 뇌 신경세포의 정보전달이 반복됨으로써 시냅스의 전달효율이 향상된다는 헵의 법칙(Hebb's rule)이 유명합니다. 그러나 Locklin 씨는 "신경계가 없는 단세포 생물도 행동저장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하며 헵의 법칙에 이의를 제기합니다.
예를 들어, 대장균은 4초 동안 기억을 유지할 수 있다거나 짚신벌레가 자신이 사육되는 용기의 형상을 기억한다는 연구결과도 보고되고 있습니다. 시냅스가 동물의 기억과 복잡한 행동에 관여한다는 헵의 법칙은 단세포 생물이 기억을 유지하는 이러한 사례와 모순된다고 합니다.
시냅스가 없는 단세포 생물이 기억을 가지는 이상, 시냅스 이외의 무언가가 기억을 저장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RNA는 시냅스에 비해 에너지효율과 중복성이 높고, 하나의 세포 내에 엄청난 양의 RNA가 존재하고 있으므로 단세포 생물이 기억을 저장하는 것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RNA가 기억을 저장한다'는 가설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고 Locklin 씨는 주장합니다.
또한 Locklin 씨는 '염기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RNA가 세포 내에서 컴퓨터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가설도 소개합니다. 각 세포가 컴퓨터의 메모리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면 일부 동물이 특정 자극에 대해 빠른 속도로 반응하는 점도 설명할 수 있다고 Locklin 씨는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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