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체계는 생물의 몸이 침입해 온 병원체와 싸우는 데 필요한 시스템이지만, 면역체계가 활발해지면 발열 등의 증상이 발생하는 것 외에도 때로는 정상적인 조직과 세포까지 공격해 버리는 자가면역 질환을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어째서 면역계의 작용으로 컨디션이 나빠져 버리는 것인가?'라는 의문에 대해 캠브리지대학의 박사 과정에서 인류의 진화에 대해 연구하는 조나단 굿맨 씨가 견해를 밝혔습니다.
Immune response might be more about signalling to others that you need help and less about protecting your body
https://theconversation.com/immune-response-might-be-more-about-signalling-to-others-that-you-need-help-and-less-about-protecting-your-body-160133
굿맨 씨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COVID-19)을 포함한 감염연구 분야에서는 '어째서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이 사망하는가?'라는 점이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고 합니다. 본래 바이러스는 다른 생명체와 마찬가지로 성장하고 존재를 유지하는 것이 목적이며, 감염된 대상을 죽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존재가 아니라고 굿맨 씨는 설명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이러스에 감염된 생물이 죽어 버리는 이유와 관련해 최근에는 '몸의 면역계가 병원균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주요 장기를 손상시키고 결과적으로 사망에 이르게 된다'는 사례가 종종 보고되고 있습니다. COVID-19의 경우에도 병원균과 싸우는 세포가 사이토카인이라는 물질을 과도하게 방출하는 사이토카인 방출 증후군(사이토카인 스톰)이 중증화에 관여하고 있을 가능성이 제시되었으며, 의료진은 환자의 면역반응을 약화시키는 스테로이드성 항염증 약물치료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The breakthrough medicines that could change the course of Covid | Coronavirus | The Guardian
https://www.theguardian.com/world/2020/dec/27/the-breakthough-medicines-that-could-change-the-course-of-covid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발달한 면역체계가 사람을 죽인다는 사실은 언뜻 보면 진화의 결함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나 굿맨 씨는 면역체계의 발달이 진화의 결함이 아닌 '동물의 커뮤니케이션과 행동'에 관련된 것일지도 모른다고 주장합니다.
동물의 심리와 행동이 건강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작용하는 행동면역시스템의 존재는 이전부터 알려져 왔으며, 실제로 '더러운 것, 냄새나는 것을 만지고 싶지 않다고 느낀다', '썩은 음식을 피한다'라는 감정이나 행동은 질병으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일종의 면역역할을 합니다. 또한 질병임을 주위에서 보아 알 수 있는 경우 해당 개체를 피하는 동물이 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의 이론적 연구에서는, 특히 인간에게서 '질병이나 부상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연민을 나타내는 경향이 밝혀졌다고 굿맨 씨는 설명합니다. 즉, 사람이 질병이나 부상으로 고통받고 있는 상태가 일종의 '신호'로 작용하고 다른 사람으로부터 치료를 받을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 굿맨 씨는 "아마도 인류의 역사에서는 도움을 받은 사람이 자력으로 살아남으려고 한 사람보다 좋은 결과를 얻는 경향이 보였다"며 면역체계가 타인의 도움을 받기 위해 몸을 공격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또한 신체의 면역반응을 이용하여 바이러스와 박테리아는 기침이나 재채기를 유발하고 다른 개체에 감염을 확산시키려고 합니다. 한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는 일부 환자에서 증상이 일어나지 않고, 결과적으로 무증상인 채로 다른 사람에게 감염을 확산시키는 사례가 보고되는 등 면역체계와 질병과의 상호작용은 다양합니다.
굿맨 씨는 의사가 특정 감염병과 환자의 면역체계의 상호작용을 예측할 수 있다면 치료법을 더 적절하게 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면역을 생물학적인 것으로 한정하지 않고 보다 광범위한 신호시스템으로 본다면 병원체와의 복잡한 관계를 효과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견해를 나타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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