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의 대부분을 나무에 매달려 지내는 나무늘보는 일주일에 1회 정도의 빈도로 배설하기 위해 지상에 내려오는데 무려 50% 이상이 이 와중에 죽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왜 나무늘보는 배변할 때 죽으며 일부러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나무에서 내려와 배변하는 이유에 대해 동물 관련 주제를 다루는 YouTube 채널 BioArk가 정리했습니다.

Why 50% of Sloths Die While Pooping - YouTube
https://www.youtube.com/watch?v=97BGNqHgBwA


나무늘보는 중남미의 열대우림에 서식하며 계속 나무에 매달려 거의 움직이지 않고 움직이더라도 매우 움직임이 느린 탓에 Sloth(나태/게으름뱅이)라고 명명되었습니다.


식사도 나무에 매달린 채 잎 등을 먹지만 1주일에 1회 정도의 빈도로 배설하기 위해 지상으로 내려옵니다.


나무 위에서 생활하는 나무늘보가 나무에 매달린 채 배설하지 않고 일부러 바닥까지 내려와 배설하는 방식은 매우 기묘한 선택이라고 합니다.


2014년의 연구에서 연구팀이 기록한 성인 나무늘보가 죽은 경우의 절반 이상이 배설하려고 지상 근처까지 내려왔을 때 습격당한 것이 원인이었다고 합니다. 즉, 나무에서 내려와 배설하는 방식은 나무늘보에게 매우 위험한 행위입니다.

또 일부러 바닥까지 내려와 배설하는 행위는 나무늘보가 하루에 소비하는 에너지의 8%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가능한 한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는 생활 방식을 확립하여 살아남은 나무늘보가 매우 에너지 비용이 큰 배설방식을 선택했다는 것은 부자연스럽습니다.


나무늘보는 세발가락나무늘보속(Bradypus)과 두발가락나무늘보속(Choloepus)으로 분류되며 이 중 세발가락나무늘보는 앞다리의 손가락이 3개, 두발가락나무늘보는 앞다리의 손가락이 2개 있습니다.


이동속도는 분속 13피트(약 3.9미터) 정도이며, 위기가 닥친 상황에는 분속 15피트(약 4.6미터) 정도밖에 속도를 높일 수 없습니다. 의외로 나무늘보는 수영을 할 수 있지만 역시 속도가 느립니다.


그러나 나무늘보의 느린 움직임은 외적으로부터 몸을 지키는 역할도 합니다. 나무 위에서 생활하는 나무늘보의 주요 포식자는 하피독수리 같은 새들이기 때문에 움직이는 속도가 느릴수록 발견될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것.


움직임이 적은 것은 생존에 필요한 에너지양을 유지하는 데에도 도움이 됩니다. 두발가락나무늘보는 나뭇잎 외에도 과일이나 작은 도마뱀 등을 먹고 있지만, 세발가락나무늘보는 잎밖에 먹지 않습니다. 잎에 포함된 에너지는 적기 때문에 세발가락나무늘보는 생존전략으로 에너지 소비를 철저히 억제하는 방향으로 특화했습니다.


나무늘보는 하루 15~18시간 동안 잠을 취하고 포유류에서는 보기 드문 변온동물이어서 외기에 맞추어 체온을 5도나 조절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동면상태와 같은 낮은 에너지 상태를 만들어 기초대사량을 다른 포유류보다 훨씬 낮게 억제합니다.


일반 포유류는 체중의 40~45%의 근육을 가지고 있지만, 나무늘보의 근육량은 체중의 30% 정도인 점도 특징입니다. 나무 위에서 생활하는 나무늘보는 나무에 매달리는 데 필요한 근육이 특화되어 죽은 후에도 나무에 계속해서 매달려 있기도 합니다.


한편, 매달리는 것에 특화한 근육은 이동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에 이동속도가 매우 느려집니다.


거꾸로 매달려 장시간을 지내는 나무늘보는 내장이 폐를 압박하지 않도록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나무늘보는 장내세균의 도움으로 음식을 소화하고 있어서, 나뭇잎을 소화에 최대 30일이 소요될 수 있다고 합니다. 따라서 추운 시기에는 장내세균의 활동이 둔화되어 소화속도가 떨어지므로 나무늘보는 추워질수록 먹는 양이 줄어듭니다.


나무늘보의 새끼는 모체에 붙어 자라는데, 간혹 새끼가 땅에 떨어지더라도 새끼를 데리러 바닥까지 내려오지는 않습니다.


그런 식으로 에너지 소비를 철저하게 억제하는 나무늘보의 모피에는 '작은 생태계'가 존재하는데, 이것이 기묘한 배설습관과 관련 있다고 BioArk는 지적합니다.


나무늘보의 모피에는 작은 진드기 등과 함께 나방도 서식합니다. 이 나방은 나무늘보와 공생관계에 있다고 볼 수 있으며, 나무늘보의 모피에서 자라는 '조류'의 양과도 관련 있다고 합니다.


나무늘보의 모피가 녹색으로 보이는 원인은 조류가 번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모피에 난 조류는 열대우림에서 위장 역할을 할뿐만 아니라 '식사'가 될 수도 있습니다. 모피의 조류는 지방질이 풍부하고 탄수화물의 발효를 돕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나무늘보의 모피에 사는 나방이 많을수록 모피에 포함된 질소의 양이 늘어나기 때문에 그것을 영양원으로 하는 조류의 밀도도 높아집니다.


그리고 이 나방은 나무늘보의 배설물에 알을 깝니다. 유충은 배설물을 먹고 자라 성충이 되면 나무늘보를 찾아 날아다닌다고 합니다. BioArk는 '나무늘보가 간식으로 삼는 조류의 성장을 위해서 공생관계에 있는 나방을 위해 위험을 감수해 바닥까지 내려와 배설한다'는 가설을 소개합니다.


평균적인 나무늘보에 125g의 조류가 자라고, 이것은 체중의 2.6%에 해당합니다. 체중의 2.6%라는 무게를 인간으로 환산해 보면 작은 개 정도의 무게입니다.


모피에 나 있는 조류의 양은 식사가 상대적으로 풍부한 두발가락나무늘보보다 잎밖에 먹지 않는 세발가락나무늘보가 많고, 완전히 바닥까지 내려와 배설하는 경우도 세발가락나무늘보가 더 많다는 것.


또 나무늘보의 배변 패턴은 암컷의 발정주기와 관련이 있다는 가설도 있다며 BioArk는 "나무늘보의 이상한 배변습관은 여전히 논쟁의 여지가 있다"고 결론짓습니다.

Posted by 말총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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