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이집트의 미라의 치아가 상당히 마모된 원인으로 석구로 갈아 만든 밀빵에 섞인 모래가 지적되듯 음식에 포함된 모래와 자갈은 치아의 천적입니다. 그런데 모래나 흙이 묻은 풀을 먹고 나서 정기적으로 입안으로 되돌려 치아로 다시 씹는 '되새김질'을 하는 소 등의 반추동물은 다른 초식동물보다 치아가 마모되지 않습니다. 소의 치아의 건강에는 특수한 위의 작용이 관여하고 있는 것을 독일과 스위스 등으로 구성된 대학의 연구에서 밝혀졌습니다.

The Ruminant sorting mechanism protects teeth from abrasives | PNAS
https://doi.org/10.1073/pnas.2212447119

Press release: Healthy teeth thanks to the "washing machine effect”
https://www.uni-goettingen.de/en/73613.html?id=7088

초식동물의 먹이인 풀에는 모래나 먼지가 붙는 데 미세한 입자로 인해 치아가 줄어들면 아무것도 먹을 수 없게 되어 버립니다. 그 때문에 초식동물 대부분은 에나멜질이 길게 성장하는 치아인 '장관치'를 발달시켜 왔습니다.

by Ignacio Ferre Pérez / https://www.flickr.com/photos/104656857@N06/


소 등의 반추동물도 장관치를 가지고 있지만 다른 초식동물의 치아에 비해 치관, 즉 치경에서 나오는 부분이 조금밖에 없습니다.


같은 것을 먹는데 왜 이런 차이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독일 괴팅겐대학의 동물학자인 유르겐 훈멜 교수의 연구팀은 4마리의 소에 모래를 섞은 목초사료를 주고 되새김질을 위해 입으로 되돌린 먹이와 배출한 대변을 채취했습니다.

그리고 샘플에 포함되어 있는 모래의 주성분인 실리카의 양을 분석한 결과, 대변에는 먹이에 섞은 것과 같은 양의 실리카가 포함되어 있었지만 입으로 되돌린 먹이에는 거의 실리카가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먹은 먹이에 포함된 실리카의 84% 전후가 제거되었습니다.

이에 훔멜 교수 연구팀은 “소는 되새김질 때 '루멘'이라 불리는 제1위로 모래를 씻어내고 있을 것”이라고 결론지었습니다. 반추동물은 위를 여러 개 가지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루멘은 최대 크기의 위로 소화를 위한 미생물이 풀을 발효시켜 분해하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루멘에 모래와 목구멍을 씻는 기능이 있다는 견해는 과거에 얻은 해부학적 지식에 의해 뒷받침됩니다.


이번 연구결과는 현대의 소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태고 초식동물의 역사와 진화의 발걸음을 밝히는데 있어서도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치아는 화석으로 보존되기 쉽고 특히 초기 초식동물의 생태와 생활환경을 복원하는 경우 치아가 중요한 단서가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훈멜 교수는 “우리의 연구는 대형 초식동물이 음식을 씹는 것에 대한 기본적이지만 거의 연구되지 않은 측면을 설명하고 치아의 기능과 진화 이해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Posted by 말총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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