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9년 소련령 우랄산맥 북부에서 남녀 9명이 사망한 채 발견된 '디아틀로프 사건'은 싸운 흔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눈과 혀가 결여된 사체가 발견되는 등 괴기사건으로 화제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이 사건은 오랫동안 미해결 사건으로 취급되어 왔지만 사건 발생 60년 이상이 경과한 2021년 1월 28일 가장 먼저 원인으로 거론되었으면서도 다양한 이유로 거부된 '눈사태 원인설'이 옳았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Mechanisms of slab avalanche release and impact in the Dyatlov Pass incident in 1959 | 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
https://www.nature.com/articles/s43247-020-00081-8
Using science to explore a 60-year-old Russian mystery | EurekAlert! Science News
https://www.eurekalert.org/pub_releases/2021-01/epfd-ust012621.php
Russia's 'Dead Mountain' conspiracy theory may have been solved with an avalanche | Live Science
https://www.livescience.com/dyatlov-pass-incident-slab-avalanche-hypothesis.html
The Tragic Mystery of The Dyatlov Pass Incident Has a New Scientific Explanation
https://www.sciencealert.com/the-tragic-mystery-of-the-dyatlov-pass-incident-has-a-new-scientific-explanation
사건의 발단은 1959년 1월, 스베르들롭스크주 내 소련령 우랄산맥 북부에서 이고르 알렉산더, 세이건비치 디아토로흐 씨 등 10명이 설산등산을 향한 것이었습니다. 이고르 씨 등은 모두 소련의 설산등산에 대한 공인자격인 2급이 있었고 300km 이상의 종주 경험을 가진 사람만 수험 자격을 인정하는 최고 등급의 수험을 앞둔 고수들이었습니다.
지병인 관절염 탓에 이탈한 1명 이외의 9명은 1월 27일에 우랄산맥에 입산했지만, 그 후 소식을 끊었습니다. 디아토로흐 씨 등산팀의 귀환예정일을 훌쩍 지난 2월 20일에 친족들의 요청으로 자원봉사 구조대가 수사를 실시했지만 성과는 없었습니다. 그 후 군과 경찰이 수색에 나서 2월 26일에 현지 소수민족의 언어로 '죽음의 산'을 의미하는 Kholat Syakhl산에서 파괴된 텐트를 발견했습니다.
발견된 텐트는 절반으로 파괴되어 있었고 안에는 아무도 없었으며 짐도 방치된 상태였습니다. 텐트 주위에서 곧 다섯 명의 시신이 발견되었고 나머지 4명의 시신은 수사 개시로부터 약 2개월 후에 깊이 4미터의 눈 아래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이 사건이 큰 관심을 모은 이유는 마지막으로 발견된 4명의 시신의 상태였습니다. 처음 발견된 5명의 시신은 모든 저체온증으로 사망한 것으로 결론 지을 수 있었지만 나중에 발견된 4명은 별다른 외상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두개골 골절과 늑골 골절이 보였고 눈 · 혀 · 눈썹이 없는 시체도 있었습니다.
소련 당국은 이 사건의 원인규명에 착수했지만 결국 원인불명으로 끝나 9명은 '자연의 자발적인 힘'에 의해 사망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 점에서 이 사건은 수많은 억측을 불렀고 원주민에 의한 폭행설과 초저주파음에 의한 공황설, 군사실험 관여설, 심지어 UFO설과 외계인설까지 등장했습니다. 미해결 사건으로 많은 소설, 영화의 소재가 되었고, 2015년에는 '디아틀로프(The Dyatlov Pass incident)라는 영화도 방영되었습니다.
일련의 가설 중에서도 가장 유력했던 가설이 '눈사태설'이었습니다. 그러나 사건 주변에는 눈사태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는 점과 이 지역의 평균 경사각이 일반적으로 눈사태가 발생하게 되는 30도보다 훨씬 완만한 23도였다는 점, 가슴과 머리의 골절은 눈사태 피해자에게서 볼 수 없는 부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 가설은 부정되었습니다.
취리히공대 지반공학에서 산사태에 대해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알렉산더 프즈린 씨 등이 발표한 이번 연구에서는 눈사태설이야말로 매우 유력하다고 강조합니다. 프즈린 씨 등은 지형데이터와 강설 기록 등 사건 당시의 환경조건을 컴퓨터로 재현한 후, 눈사태설을 부정하는 논거 3가지에 대해 반박했습니다.
◆ 반론 1 : 눈사태의 흔적과 경사각도
지형데이터에 따르면 현장 부근의 경사각은 지역의 평균 경사각에서 동떨어진 28도였고, 사건 발생 후 발견에 이르기까지 눈이 몇 주 동안 계속 내려 눈사태의 흔적이 사라졌고, 그 영향으로 경사가 더 완만하게 되어버렸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 따라서 사건현장에서의 실제 경사각도는 눈사태가 발생할 수 있는 30도에 매우 가까웠을 수 있는 것입니다.
◆ 반론 2 : 눈에 가해지는 마찰
또한 사건현장 주변의 기상조건에서 'depth hoar'라는 입자가 결정화한 눈이 하층 부근에 형성되어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이 눈은 마찰이 낮아서 눈사태를 발생하기 쉽고, 위의 경사각도의 문제와 함께 고려하면 눈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은 충분히 생각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 반박 3 : 시체의 손상
또한 프즈린 씨 등은 피해자들이 사면을 판 후 텐트를 설치했다고 볼 수 있다는 점을 전제로 하여 눈사태 시뮬레이션을 작성한 결과, 이런 조건이라면 비교적 작은 면발생표층 눈사태조차도 가슴과 머리의 골절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또한 러시아 검찰은 2019년과 2020년에도 이번 사건의 재조사를 실시하였고, 조사결과로 '눈사태로 인해 사망했다'는 결론을 발표했지만 유족회는 받아들이지 않았고 추가조사를 요구했습니다. 프즈린 씨 등은 검찰이 사건의 발생원인에 대한 설명을 게을리했기 때문에 유족회 측이 반박했다고 지적하며 이번 연구는 발생원인을 밝히기 위해 이루어졌다고 밝혔습니다. 과학적으로 보면 눈사태설이 가장 확실하다면서도 "수수께끼가 모두 풀린 것은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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