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성을 중시해 리스크를 저하시켜도 저하된 리스크를 메우듯이 사용자가 리스크가 높은 행동을 취해 버려, 전체적인 리스크 수준은 변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위험보상행동'이라고 합니다. 이 위험보상행동에 대해 뉴스사이트 슬레이트가 설명합니다.

Risk compensation: The dangerous theory that got everything from bike helmets to vaccines wrong.
https://slate.com/technology/2021/11/risk-compensation-debunked-masks-rapid-tests-vaccines-safety.html

The Insidious Idea About “Safety” That Keeps Putting Us in Danger

A concept that took hold in the ’70s has haunted everything from seat belts to masks—and experts won't let it die.

slate.com


미국에서 위험보상행동이 주목받은 계기는 1970년대 교통안전대책의 논의 중에 있었습니다. 위험보상행동의 개념 자체가 제창된 것은 1940년대로 급증하는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한 안전대책이 논의되는 가운데 '도로와 자동차를 보다 안전하게 설계하면 오히려 위험한 운전을 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만 엄밀하게는 검증되지 않았습니다.

1975년 시카고대학의 경제학자였던 샘 펠츠만 씨는 '1960년대 미국에서 의무화된 안전벨트의 착용의무가 부주의한 운전을 조장하고 오히려 교통의 안전성을 저하시킨다'는 위험보상행동 가설을 발표했습니다.

펠츠만 씨는 “새로운 규제로 인해 안전면에서의 이점은 상쇄되고 있다"며 “교통안전대책은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를 증가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펠츠만씨의 조사결과는 1970년대에 존재했던 안전규제 반대파를 크게 뒷받침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후의 분석에서 펠츠만 씨의 연구에는 잘못이 점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펠츠만 씨의 이론은 교통사고 사망률을 예측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고 이론에 관한 초보적인 체크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또 교통데이터를 장기적으로 보면 안전규정으로 인해 교통사고 사망이 감소된다는 것은 틀림없었습니다. 그러나 '안전규제는 안전성을 저하시킨다'라는 아이디어는 교통안전대책을 부정하는 사람들에 의해 꾸준히 주장되었습니다.

주요 사례는 오토바이 헬멧규제입니다. 펠츠만 씨의 논문이 발표된 1975년 당시 '헬멧의 착용 의무화는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미국의 오토바이단체가 규제 반대의 로비활동을 전개하고 있었는데, 펠츠만씨의 논문이 유명해지자 헬멧의 착용의무 폐지가 주류의 생각이 되었습니다. '헬멧을 착용하면 목에 부상을 입을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왔고, 29개 주에서 헬멧의 착용의무가 폐지되었습니다.

그러나 폐지의 결과, 당연히 오토바이로 인한 사망자 수가 급증했습니다. 또 스키나 자전거에서도 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합니다. 결국 모든 연구데이터와 문헌을 살펴보면 '헬멧은 생명을 구한다'는 것이 사실로 밝혀졌습니다.


'위험보상행동'이라는 개념이 현대에도 남아 있는 이유에 대해 Slate는 "매우 효과적인 정치적 수사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예를 들어 정치경제학자인 앨버트 오허쉬만은 자신의 '반동의 레토릭: 역전·무익·위험성'에서 위험보상행동을 'perversity thesis(역경정설)'라고 부르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의로 만들어진 규칙과 규제가 문제를 궁극적으로 악화시킨다'고 적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돈을 주면 그들은 단순히 쓸데없는 것에 돈을 쓰고 곤경을 악화시킬 뿐이다'나 '경구피임약을 승인하면 현대의 성도덕이 위협받을 수 있다' 등처럼 위험보상행동은 현상유지를 효과적으로 어필하는 정치적 수사로 자주 사용되었습니다.

신형 코로나바이러스의 세계적 유행에 있어서도 위험보상행동이 크게 영향을 끼쳤다고 Slate는 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 질병예방관리센터(CDC)와 세계보건기구(WHO)가 판데믹 발생 당시 마스크 사용을 강력하게 어필하지 않은 이유 중 하나로, CDC나 WHO가 국민을 신용하지 않아 마스크를 착용하면 외출하거나 사회적 거리를 지키지 않고 손씻기를 게을리하는 등 방역이 위협받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Slate는 보고 있습니다.


Slate는 “교통안전, 성행위, 공중보건 문제에서 중요한 것은 개인이 인식하는 위험에 따라 행동을 바꿀지가 아닙니다. 마스크의 경우는 분명히 신형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을 억제합니다. 정책결정에 있어서는 개별 인간의 미묘한 심리상태를 이해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합니다

Posted by 말총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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