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의 과다복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납중독은 신경계와 심혈관계에 심각한 장애를 일으키며 최악의 경우 죽음에 이르는 위험한 중독입니다. 남아시아 방글라데시에서 발생한 집단 납중독의 원인이 전세계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향신료인 '심황'에 혼입된 화학물질이었다는 것을 과학자가 밝혀낼 때까지의 이야기가 스탠포드대학 의료계 매거진인 Stanford Medicine에 공개되었습니다.

Turmeric’s unexpected link to lead poisoning in Bangladesh
https://stanmed.stanford.edu/turmeric-lead-risk-detect/

Turmeric’s unexpected link to lead poisoning in Bangladesh

Scientists find that a colorant that makes turmeric more yellow is the leading source of high lead levels in pregnant women in Bangladesh.

stanmed.stanford.edu


1990년대부터 세계 각국의 납오염 문제에 임해 온 스탠포드대학의 스티븐 루비 교수는 2010년에 발표된 '방글라데시의 농촌부에 사는 임산부가 놀라울 정도로 고농도의 납에 오염되고 있다'라는 연구를 읽고 이 문제에 임하기 시작했다는 것. 루비 교수는 한때 파키스탄의 유연 가솔린 규제에도 기여한 적이 있는 사람으로 “납에 노출될 때 안전한 수준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납은 유독한 중금속이며 납중독이 되면 생식계나 신경계, 심혈관계에 심각한 손상이 발생합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혈중 납농도의 허용 상한치를 100ml당 5㎍(마이크로그램)으로 설정하고 있지만 지구상에 사는 아이의 3명에 1명은 이 상한치를 넘는 납오염에 노출되었다는 것. 납중독은 인지능력에 대해 평생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국가에 대한 사회적·경제적 영향은 심각할 수 있다고 합니다.

방글라데시에서는 2400만~4600만 명의 어린이와 십대의 혈중 납농도가 이 상한치를 초과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혈중 납농도가 WHO의 기준치를 초과하는 아이는 납의 영향을 받지 않은 아이와 비교해 지능테스트의 스코어가 3~5포인트 낮아지고 비행·폭력·범죄의 리스크도 높아집니다. 방글라데시에서는 납중독으로 인한 국민의 IQ 저하로 인해 국내총생산의 6%에 해당하는 연간 160억 달러(약 23조 원)의 손실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2015년에 당시 스탠포드대학의 박사과정에 재적하고 루비 씨의 지도를 받고 있던 제나 포사이스 씨는 농촌부에서의 납오염 원인을 찾아내기 위해 방글라데시를 방문했습니다. 조사를 실시한 농촌부는 자연이 풍부한 장소이며 납을 배출하는 공장은 존재하지 않고 이미 유연 가솔린의 사용도 금지되고 있었고 납을 포함한 도료를 대량으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부유한 거주자도 없었다는 것.

루비 교수와 포사이스 씨는 당초 납의 발생원으로 비산수소납(II)을 이용한 농약을 의심했지만 논에서 며칠에 걸려 조사해도 관련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이후 포사이스 씨는 이 지역의 납오염에 ​​관한 연구결과에서 방글라데시 국민의 일상생활에 깊이 침투하고 있는 향신료 '심황'이 잠재적인 납오염의 원인일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심황은 카레나 의류의 염료, 화장품, 의약품, 방충제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으며 만약 납으로 오염되어 있는 심황이 일반적으로 나돌고 있으면 많은 사람이 납에 노출될 우려가 있습니다.

포사이스 씨가 방글라데시에서 가져온 17개의 심황 샘플을 실험실에서 분석한 결과, 그 중 하나에서 매우 높은 농도의 납과 크롬이 검출되었습니다. 그래서 포사이스 씨의 팀은 다시 방글라데시를 방문하여 심황 생산자와 소비자, 규제당국의 관계자 등에 인터뷰를 하고 공장이나 도매업자, 향신료 시장에 나가 다양한 심황과 착색료 샘플을 채취했습니다.

심황은 원료인 심황의 뿌리줄기를 씻고 끓인 다음 건조하고 잘게 부셔 만들어집니다. 소비자들에게 심황의 색은 매우 중요한 포인트이며 선명한 노란색 심황은 고액으로 거래됩니다.


포사이스 씨의 조사 결과 방글라데시에서는 1980년대에 홍수로 인해 심황의 색이 나빠진 시기를 경계로 심황에 크롬산납(II)이라는 납을 포함한 착색료를 섞는 관행이 퍼진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 관행은 40년간 계속되어 왔으며 대부분의 가공업자는 크롬산납이 유독하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오염된 심황과 납중독을 앓는 사람들의 혈액샘플을 사용하여 납의 동위대비를 분석한 결과, 납중독의 원인이 심황인 것으로 확실해졌습니다. 크롬산납이 혼입된 심황은 방글라데시의 법적 제한인 1g당 2.5μg을 500배나 넘는 양의 납을 포함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2017년 포사이스 씨는 이 연구결과를 방글라데시 정부와 공유했습니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납오염 문제에 대한 의식이 높았고 농업당국의 직원은 당초부터 포사이스 씨의 연구에 협력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2019년 9월부터 12월에 걸쳐 스탠포드대학과 방글라데시 당국이 협력하여 납을 포함한 착색료로 인한 건강 피해를 알리는 활동을 했습니다. 방글라데시의 총리는 국영 TV에서 이 문제에 대해 다루었고 식품안전당국의 책임자가 병사를 데리고 시장조사를 실시해 납이 기준치를 넘은 심황의 판매자에 대해 현장에서 고액의 벌금을 부과했습니다.

그 결과 2019년 9월 시점에서는 시장에 유통되던 심황의 47%가 납오염된 것이었는데 2020년 1분기에는 5%까지 급락했고 2021년에는 사라졌다는 것. 정부에 의한 개입이 이루어진 16개월 후의 혈액검사에서는 피험자의 혈중납 농도는 중앙값이 30%나 떨어졌습니다.

심황의 납오염은 줄었지만 방글라데시의 수도 다카에서는 혈중 납농도가 매우 높은 2~4세의 집단이 확인되는 등 여전히 납오염의 문제는 존재하고 있습니다. 포사이스 씨는 "납은 우리 환경에 널리 침투하고 있으며 그 독성의 영향은 엄청나다"고 보았습니다.

Posted by 말총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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