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이나 러닝은 기본적으로는 힘들지만 괴로움을 극복하고 계속 달리면 쾌감과 황홀감이 생기는 케이스가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러너스 하이'라고 불리는 현상이 생기는 메카니즘에 대해서 남캘리포니아대학의 진화생물학자인 데이비드 라이크렌 씨가 설명했습니다.
What is a runner's high? | Live Science
https://www.livescience.com/what-is-runners-high
마라톤을 달린 후 심장이 두근두근 맥박쳐 터질 것 같고 다리는 무겁고 통증이 동반하며 옷은 땀에 젖어 몸에 달라붙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황홀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 현상은 '러너스 하이'라고 불리는데 미국의 언론지 The Chicago Tribune에 따르면 러너스 하이라는 단어가 정착한 시기는 1970년대 미국에서 발생한 제1차 마라톤 붐의 무렵이라고 합니다.
이후 러너스 하이라는 단어는 과학 문헌에도 사용되게 되었는데, 라이크렌 씨에 의하면 러너스 하이는 '운동으로 인해 생기는 다양한 생리적 변화를 간결하게 표현한 단어'라는 것. 러너스 하이는 대략적으로 나누어 기분의 고양이나 전체적인 다행감 등의 주관적인 요소와 체내 화학물질의 변화라는 계측 가능한 요소의 2종으로 구성되는데 이 중 체내 화학물질에 관련된 연구에 있어서 주목을 끈 것이 '엔돌핀'입니다.
유산소 운동을 하면 체내에서는 엔돌핀이 생산됩니다. 엔돌핀은 모르핀과 유사한 효과를 나타내는 오피오이드의 일종이며 '뇌내 마약'이라고도 불립니다만, 그 강도는 온화하고, 2010년의 연구에서는 '몸을 릴렉스시켜 통증을 느끼기 어렵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밝혀졌습니다.
이 엔돌핀에 대해 수십 년간 믿어져 온 '엔돌핀이야말로 러너스 하이를 일으킨다'라는 통설이 있습니다. 그러나 엔돌핀은 혈액과 뇌의 물질교환을 제한하는 기구인 혈액뇌장벽을 통과할 수 없기 때문에 엔돌핀이 뇌에 들어가 다행감을 직접 일으킬 수 없다는 반론이 존재했습니다.
이렇게 대립하는 2개의 가설이 존재했지만, 최근에는 마라톤 주자의 체내에서 흐르는 화학물질을 분석하는 연구를 통해 지금까지는 운동과 무관하다고 생각되어 온 '엔도칸나비노이드(Endocannabinoid)'라는 물질군도 러너스 하이에 관여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엔도칸나비노이드는 엔돌핀과는 달리 혈액뇌장벽을 통과할 수 있다는 성질을 가지고 있으며, 대마초의 유효성분인 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THC)과 유사하기 때문에 '뇌내 마리화나 유사물질'이라고도 불립니다. 그러나 엔도칸나비노이드는 체내에서 자연적으로 생산되는 물질이기 때문에 THC와는 달리 정신상태에 온화한 영향을 주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에 대마초의 작용시에 보이는 '고양감'과는 다른 러너스 하이의 '다행감'을 실현하고 있다는 것.
미 국립약물남용연구소에 따르면 운동은 엔돌핀과 엔도칸나비노이드 외에도 '도파민'을 방출시킵니다. 도파민은 복권에 당첨되거나 오르가즘에 이르거나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 방출되어 뇌의 보상계를 자극하여 '쾌감'을 유발오는 물질로 2016년 연구에 따르면 러너스 하이의 감각 전체에 관련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합니다.
이처럼 러너스 하이 중에는 다양한 화학물질이 체내에서 분비되는데, 러너스 하이 자체는 몸에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고 합니다. 다만 러너스 하이가 생기면 운동이 즐겁게 느껴지기 때문에 운동 자체가 몸에 좋다는 것을 감안하면 전체적으로는 플러스 효과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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