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나 치즈 등의 유제품은 양질의 단백질이나 칼슘이 풍부한 음식이지만 유제품과 건강에 관한 조사나 연구의 대부분은 유당을 분해할 수 없는 유당불내증인 사람이 거의 없는 미국과 유럽에서 실시되었습니다. 그래서 한국인에게는 사정이 다를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유당불내증인 사람이 많은 중국에서 실시된 대규모 장기적인 조사에서 유제품 섭취량과 암의 위험 사이에는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Dairy consumption and risks of total and site-specific cancers in Chinese adults: an 11-year prospective study of 0.5 million people | BMC Medicine | Full Text
https://bmcmedicine.biomedcentral.com/articles/10.1186/s12916-022-02330-3
Dairy products linked to increased risk of cancer | University of Oxford
https://www.ox.ac.uk/news/2022-05-06-dairy-products-linked-increased-risk-cancer
유제품 및 암에 관한 연구는 많이 이루어져 유제품을 먹으면 대장암의 리스크가 저하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는 반면 전립선암의 리스크가 상승할 가능성도 나타나는 등 일관된 근거는 얻을 수 없습니다. 또한 구미에 비해 유제품 소비량이 적고 유당을 적절히 소화할 수 없는 사람이 많은 지역에서 유제품과 건강과의 관련성은 미지수입니다.
부족한 데이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영국 옥스포드대학의 Nuffield College와 중국 베이징대학의 연구자들로 구성된 연구팀은 중국 카두리 바이오뱅크(CKB)에 등록된 사람을 대상으로 식생활과 암 발생률의 관련성을 조사하는 연구를 실시했습니다.
CKB 참가자는 중국 전역의 10개 지역에 사는 암의 기왕력이 없는 중국인 51만 2726명으로 연령은 30~79세, 남녀비는 여성 59%와 남성 41%입니다. 각 참가자에게는 유제품이나 쌀, 육류나 어류 등을 포함한 주요 12품목의 음식을 얼마나 자주 먹는지에 대한 앙케이트가 실시되었습니다.
이 설문조사 결과를 정리하면 참가자의 20%는 '유제품을 일주일에 1회 이상 정기적으로 섭취하는 사람', 11%는 '매월 유제품을 섭취하는 사람', 69%가 '유제품을 거의 또는 전혀 섭취하지 않는 사람'이었습니다. 또 참가자 전체의 유제품의 평균 섭취량은 1일당 38g으로 유제품을 정기적으로 섭취하고 있는 사람은 1일 81g이었습니다. 참고로 영국인의 유제품 섭취량은 하루 약 300g입니다.
연구팀은 평균 11년간의 추적기간 중에 수집된 건강보험기록 등에서 암진단 데이터를 입수했습니다. 또 분석에는 연령, 성별, 거주지역, 가족의 암 기왕력, 수입이나 교육 등의 사회경제 상황, 흡연이나 운동량, 알코올 섭취 등 라이프 스타일 요인, 비만도, 간암에 영향을 주는 B형 간염 바이러스의 감염 상황, 유방암에 영향을 주는 여성의 출산력 등 암의 위험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요인도 고려했습니다.
연구팀이 이러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유제품을 주 1회 이상 정기적으로 섭취하고 있는 사람은 간암과 유방암 발병위험이 유의하게 높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구체적으로는 1일당 유제품의 섭취량이 50g 증가할 때마다 간암은 12%, 유방암은 17% 증가했다는 것. 또 그다지 유의하지는 않지만 림프종의 위험상승과의 관련성도 관찰되었습니다. 한편 간암과 유방암 이외에 분석대상으로 한 암 중에서 유제품과의 관련성은 없었습니다.
간암과 유방암은 모두 중국에서 가장 흔한 암 중 하나이며 각각 매년 약 39만 명과 약 36만 8000명의 중국인이 이러한 암에 걸립니다. 또한 이번 연구에서는 유제품 섭취와 암 위험 사이에 관계가 있음을 알았을 뿐 유제품을 먹으면 암이 된다는 인과관계가 증명된 것은 아닙니다.
다만 유제품과 암의 관련성에 대한 가설은 몇 가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유제품 섭취량이 많으면 IGF-1의 농도가 상승할 수 있습니다. IGF-1은 세포증식을 촉진하는 물질로 몇 종류의 암 리스크 상승과도 관련되어 있다는 것. 또한 유제품에 함유된 포화지방산이나 트랜스지방산이 간암의 위험을 높일 가능성이 있으며 유당을 분해하는 락타아제가 불충분한 사람이 유제품을 섭취하면 암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물질이 발생한다는 가설도 있습니다.
이번 연구는 유제품 섭취와 암 위험 사이의 관계를 밝혀냈지만 유제품을 피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모습를 보였습니다. 논문의 주요 저자 중 한 명인 옥스포드대학 Nuffield 인구보건국의 Huaidong Du 준교수는 “이번 결과는 정기적인 유제품 소비와 특정 암 사이의 직접적인 관계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하지만 유제품이 단백질, 비타민, 미네랄의 공급원이라는 점도 확실합니다. 단백질이나 비타민, 미네랄의 섭취량이 충분하지 않은데 유제품 섭취를 삼가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닐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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