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0월 1일 제약회사 머크가 경구치료제 '몰누피라비르'의 3상 임상시험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입원율과 사망위험을 약 50% 줄일 수 있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 몰누피라비르가 어떻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에 효과가 있는지를 과학저널 Nature가 설명합니다.

How antiviral pill molnupiravir shot ahead in the COVID drug hunt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21-02783-1


몰누피라비르는 미국의 에모리대학 소속 비영리조직의 DRIVE(Drug Innovation Ventures at Emory)가 베네수엘라말뇌염의 치료제로 개발했습니다. 그리고 밴더빌트대학의 바이러스학자인 마크 데니슨 씨가 2015년에 중동호흡기증후군 바이러스와 마우스간염바이러스는 코로나바이러스과 바이러스 2종에 대해 몰누피라비르가 유효하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전염병이 발생한 후 DRIVE 조지 페인터 CEO와 조지아주립대학의 바이러스학자인 리처드 프렌파 씨가 흰족제비를 사용하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효과를 연구한 결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복제와 감염을 억제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보고했습니다. 프렌파 씨에 의하면 에볼라 치료제인 렘데시비르와 마찬가지로 몰누피라비르가 코로나바이러스과를 비롯한 RNA바이러스에 효과가 있다는 것.

RNA(리보핵산)는 아데닌 · 구아닌 · 시토신 · 우라실이라는 4가지 염기와 리보오스라는 당으로 구성된 리보뉴클레오사이드(ribonucleoside)가 인산기로 연결된 물질입니다. 인간의 세포 속에 있는 DNA(디옥시리보핵산)와 비슷하지만, 염기의 종류가 일부 다르고 분자 구조도 조금 다릅니다.

by Sponk. https://commons.wikimedia.org/wiki/User:Sponk


DNA는 염기서열로 유전정보를 저장하고 있습니다만, DNA의 모든 염기서열이 그대로 정보로서 이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인간의 경우 DNA를 바탕으로 RNA에 유전정보를 전사하고 그 RNA를 편집한 것으로 단백질을 번역하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이 편집한 RNA를 전령RNA(mRNA)라고 합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에볼라바이러스 등은 DNA가 아닌 RNA에 유전정보를 직접 저장하는 RNA바이러스로 분류됩니다. RNA바이러스가 세포에 감염되면 바이러스의 RNA가 세포 내에 보내어져 바이러스를 구성하는 단백질과 RNA를 복제함으로써 증식합니다.


몰누피라비르와 렘데시비르 등은 '뉴클레오시드 유사체'라고 불리며, 이 RNA를 구성하는 리보뉴클레오사이드와 비슷한 구조를 한 물질입니다. 렘데시비르는 리보뉴클레오사이드를 연결하여 RNA가 '사슬'구조를 형성하는 데 필요한 효소인 RNA 중합효소의 작용을 저해함으로써 바이러스의 RNA 복제를 저지합니다.

한편 몰누피라비르는 뉴클레오시드인척 RNA에 포함되는 방식으로 표적인 RNA를 엉망으로 해버립니다. 간단하게 말하면 바이러스의 유전정보에 오류를 일으켜 바이러스를 자멸시키는 것이 몰누피라비르의 전략입니다.

프렌파 씨는 "몰누피라비르가 삽입된 RNA에 구조변화가 일어나면 돌연변이가 발생합니다. 충분한 수의 돌연변이가 축적되면 바이러스가 집단붕괴합니다. 우리는 이것을 '치사적 변이유발'이라고 부른다"고 설명합니다. 몰누피라비르로 인한 돌연변이는 무작위이기 때문에 바이러스가 몰누피라비르에 대한 내성을 획득하기 어렵다는 것도 몰누피라비르의 장점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몰누피라비르는 인간 세포에서 변이원성, 즉 RNA의 돌연변이가 인간의 DNA에 내장되어 버릴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으며, 일부 연구자들은 안전성에 의문을 나타냅니다. 머크 사는 임상시험에서 얻은 안전성에 대한 상세한 데이터를 발표하지 않았는데, 머크 사의 감염신약개발담당 부사장 겸 최고과학책임자인 다리아 하즈다 씨는 "의도한대로 사용하면 몰누피라비르가 안전하다고 확신한다"며 2021년 10월 11일 미 식품의약국에 긴급사용 허가를 신청했습니다.

몰누피라비르가 저렴하고 효과적인 경구치료제가 된다면 인류에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의 싸움에 매우 믿음직한 존재입니다만, 현시점에서는 모두가 사용 가능하게 될지 알 수 없습니다. 미국정부는 170만 증례 분의 몰누피라비르를 12억 달러(약 1조 3000억 원)에 구입하는 계약을 머크 사와 체결했는데, 단순히 계산해보면 몰누피라비르의 1증례 분은 약 7만 원입니다. 환자 한 명당 가격이 2300달러(약 250만 원) 이상이었던 렘데시비르에 비해 훨씬 저렴하지만 중저소득 국가에서 부담없는 가격으로 유통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약물연구개발조직인 Drugs for Neglected Diseases initiative의 북미지부승무이사인 레이첼 코헨 씨는 "증상이 나오고 5일 이내에 몰누피라비르를 투여하기 위해서는 의사가 신속하게 진단하는 것이 전제입니다. 개발도상국뿐만 아니라 부유한 나라에서도 이것이 큰 과제"라고 지적합니다.

Posted by 말총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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